대그룹SWOT분석 4

LG, 분쟁없이 4세 승계 안착…中 위협 돌파 능력 보여줘야

이범종 기자2019-05-22 12:40:59
미중 무역전쟁, 위협이자 기회…미래 성장동력 확보 위한 전투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월 13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서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데일리동방] 지난 4월 LG전자가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여론은 들썩였다. 6월 취임 1년을 앞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만년적자 스마트폰을 수술대에 올리며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첫 5G 스마트폰 V50 씽큐(ThinQ)가 선전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화웨이 5G 장비 공급 제약이 예상되면서 새시대 새 수장이 이끄는 LG그룹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강점: 전문경영인 체제 속 차분한 경영승계, 가전도 승승장구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LG그룹 동일인(총수) 이름을 구본무에서 구광모로 고쳤다. 자산총액 129조6000억원, 소속회사 75개에 달하는 LG그룹 4세 승계 안착의 마침표였다. 신속하고 조용했던 4세 승계는 형제의 난으로 얼룩진 재벌가 이야기 속 모범 사례로 꼽힌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눈 감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양자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친아들이지만 2004년 큰아버지 품에 입적해 지난해 LG그룹 4세 회장 자리에 올랐다. 아들이 기업을 이끄는 LG의 유교적 가풍, 지주사 기반 전문경영인 체제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1995년 고 구본무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을 때도 집안 내 경영 승계 다툼은 없었다.

현재 LG그룹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전문 경영인으로 구광모호(號)를 함께 이끌고 있다.

가전 명가(名家)의 위상도 LG의 강점이다. LG전자 가전(H&A) 부문은 1분기 매출액 5조4659억원, 영업이익 7276억원을 달성했다. 개별 사업본부 영업이익 7000억원대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시장에서 건조기와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유럽과 아시아지역 판매도 순항했다.

최근에는 배우 최불암씨를 50년만에 세탁기 모델로 세워 감동을 주고 있다. 1969년 금성사(현 LG전자)가 내놓은 국내 첫 세탁기 ‘백조세탁기’ 광고 모델이던 최씨가 제품을 다시 마주한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생활 필수품이 된 세탁기 원조는 LG전자임을 강조하면서 지금껏 쌓아올린 기술력을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TV를 만드는 HE부문 매출은 줄었지만 마케팅 효율화로 수익성을 높였다고 LG는 설명했다.

◇약점: 광폭 행보 결과는 ‘아직’…아쉬운 스마트폰

이제 1년을 맞은 구광모호는 아직 LG의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지 못했다. 스마트폰 부진은 전자・화학・통신 중심인 LG의 대표적 고민거리다. MC사업본부 1분기 매출은 1조5140억원에 영업손실 2035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 영향도 있지만 LG스마트폰 이미지가 부정적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5G 상용화 직전 내놓은 G8 씽큐(ThinQ)는 출시 타이밍과 사용하기 모호한 기능 등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주력 5G폰 V50이 출시 전부터 관심을 독차지해 존재감을 잃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학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6508억원에서 올해 275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LG는 지난해 ESS(에너지 저장장치) 화재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고 자동차와 IT의 계절성 출하 감소 영향이 있었다고 봤다. 2세대 EV(순수 전기차) 물량 확대 등으로 매출과 수익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LG는 내외부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임 구본무 체제가 신중하고 온화한 분위기였다면 구광모 회장의 LG는 전투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한 점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1월 LG화학 CEO에 미국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창립 이래 이어지던 내부 승진 관례도 깼다.

순혈주의 타파는 ▲그룹 경영전략팀장 사장에 홍범식 전(前) 베인&컴퍼니 대표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에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에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이던 김이경 상무 발탁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MC사업본부 본부장을 1년만에 교체한 점도 이례적이다. 현재 권봉석 사장은 본부장에서 물러난 황정환 부사장 대신 MC와 HE사업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권 사장의 올레드(OLED) TV 성공 체험과 ‘1등 DNA 이식’으로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통신 부문에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LG는 이번주 그룹 핵심인 전자 계열사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전자가 21~23일, LG디스플레이는 28일께 사업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OLED TV와 패널,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5G 등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해동안 LG는 ‘구광모 색깔’로 물들어 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이범종 기자]

◇위협: 배터리・디스플레이・화웨이 삼중고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에게 미중 무역전쟁은 위협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금지 행정명령으로 인텔과 퀄컴, 구글 등이 화웨이 곁을 떠났다. 화웨이가 미국 기업 부품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장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전국망 설치가 경쟁사에게 뒤쳐질 수 있다. 화웨이 LTE를 쓰는 LG유플러스에게 초기 5G망 연계에 필요한 장치 역시 화웨이다. 이때문에 LTE 연계가 아닌 단독 5G망 설치 시점에 화웨이 금지 사태가 지속될 지, 이때 LG유플러스가 타사 제품을 선택할지가 관심을 모은다.

LG화학은 적자를 기록한 전지부문이 이중고에 놓였다. 전지는 1분기 매출 1조6501억원, 영업손실 1479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에는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걸어 도전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모습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에서 핵심인력 76명을 빼갔다는 입장이다. 특히 SK 이력서에 2차전지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 영업비밀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 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넘게 투자한 LG화학은 관련 특허건수도 1만6685건에 이른다. 전기차 시대 들어 30년 가까이 쌓아온 역량을 고스란히 도전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중국발 저가공세에 직면한 LG디스플레이도 2년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1분기 영업손실 1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983억원보다 늘었다. 한상범 부회장이 지난해 4월 결의대회에서 자사 55인치 폐(廢) LCD를 망치로 깨부쉈지만 갈 길이 멀다.

◇기회: 5G 새시대 새경영, 고객 중심 초격차

LG에게 2019년은 구광모 체제 1년이자 5G 사업의 원년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한 LG의 노력은 조금씩 빛을 내고 있다. 우선 V50이 선전하면서 첫 5G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제품은 지난 10일 출시 이후 10만대가량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제품이 독점하던 5G 시장을 양강구도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LTE 시절 기를 펴지 못했던 LG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세계시장에서 몇 안되는 5G 스마트폰 사이에서 LG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지가 관건이다.

화학 부문 역시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렸다. LG화학은 15일 볼보 자동차그룹과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를 위한 리튬이온 배터리 장기계약을 맺었다.

골든아워를 강조해온 LG디스플레이는 저가공세 진원지인 중국에서 초격차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상범 부회장은 9일 광저우에서 열린 ‘2019 세계 UHD 산업발전대회’에서 4K・8K 등 초고화질과 AI(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등 다양한 5G 수요를 OLED가 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 표현이 정확한 OLED는 가볍고 구조가 단순해 이동성과 디자인도 자유롭다. 연결성이 핵심인 IoT(사물인터넷) 시대에 통신과 방송, 콘텐츠 협업으로 UHD 산업을 이끌겠다는 ‘초격차 리더’의 자신감이다. 올해 목표는 대형 OLED 380만대 판매다. LG가 중국시장에서 13~14%를 차지하는만큼 현지 업체보다 우위라는 계산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LG의 광폭 행보는 미국 스타트업 투자로도 이어졌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달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를 투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디스플레이・화학・유플러스・CNS 등 5개 계열사가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회사다. 벤처스는 최근 5G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AmazeVR)’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유학파인 구광모 회장은 현지 스타트업과 LG전자 뉴저지법인, 실리콘밸리에서 쌓은 경험으로 약점의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열쇠는 연구개발(R&D)이다. 지난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한 그는 기업 내외부 아이디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가치를 만드는 개방형 혁신을 주문했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내외 중소・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LG 테크 컨퍼런스’ 장소를 서울 시내 호텔이 아닌 LG사이언스파크로 옮겼다. 석박사 과정 R&D 우수 인재 350여명에게 LG 기술 혁신 현황과 비전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40여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참석 대학원생들과 인사하며 인재 확보에 나섰다. 그는 만찬에서 사무실 밖에서 가장 많이 찾은 곳이 사이언스파크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을 30번 강조하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정신을 기조로 세웠다. 그가 밝힌 LG의 고객 가치는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고 ▲남보다 앞서 주고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70여년 쌓아올린 LG의 저력은 처음부터 그래왔듯 고객을 위한 혁신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