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이통사 5G戰에 몸값 급등

이범종 기자2019-07-03 06:24:00
LGU+, 롯데월드·카카오VX와 스트리밍 VR게임 진출 선언 5G, 속도 만큼 콘테츠 중요…독점 IP 확보가 성패 좌우

김준형 LG유플러스 상무가 2일 서울 용산 유플러스 사옥에서 ‘5G클라우드 VR게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2019년 7월 2일은 ‘뛰는 통신사 위에 나는 카카오’를 보여준 날이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용산 사옥에서 ‘5G 클라우드 VR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트리밍 VR게임 최초 진출을 선언했다. 새 통신망의 초저지연 기술을 살린 독점 게임 콘텐츠로 가입자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전날 KT가 내놓은 영상 중심 VR 서비스에 보란듯이 반격에 나선 셈이다.

LG유플러스는 5G의 강점인 초저지연 속도를 활용한 4K 화질과 6도프(앞뒤·좌우·위아래 움직임) 기술도 적용된 무선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연말께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롯데월드·카카오VX와 손잡은 유플러스는 VR 테마파크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스트리밍 게임이 기기 사양을 가리지 않고 5G 시대 VR시장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서비스 진출을 결정했다.

이날의 숨은 주인공은 카카오였다. 시장 선도를 당차게 예고한 LG유플러스 김준형 상무는 카카오VX 관계자의 한 마디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스트리밍 VR게임 콘텐츠를 LG유플러스에 독점 제공하느냐는 질문에 카카오 측이 “저희 테마파크 VR은 일정기간 LG유플러스에 독점 제공한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저변 확대를 위한 부분이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답해서다. 이에 김 상무는 “오랫동안 저희에게만 제공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콘텐츠 확보전에 뛰어든 통신사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동통신사 5G 속도 경쟁이 VR 콘텐츠로 옮겨붙으면서 카카오가 미소짓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카카오 측이 말한 '저변 확대'는 이통3사 전반으로 확대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한 IP 회사의 위치를 보여준다. 전국망이 갖춰지지 않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유인책인 독점 콘텐츠가 필요하다. 인기 IP를 가진 카카오는 그만큼 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시장조사기관 디지털 캐피탈을 인용해 2020년 VR시장 규모 300억달러 가운데 게임 비중이 40%라고 내다봤다. HMD를 활용한 VR시장은 지난해 5억달러에서 2022년 82억달러로 약 16배 성장한다는 닐슨 자료도 시장 진출 이유를 뒷받침했다. 속도 말고는 유인책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KT 역시 4K 화질의 개인형 미디어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멀티엔딩VR’로 영화에 게임 요소를 합쳐 사용자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서비스도 준비한다.

LG유플러스의 ‘5G 속도 1등’ 광고 이후 이통사 간 속도 논쟁이 일었지만 소비자 관심은 콘텐츠에 있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를 비롯해 인기 IP를 가진 회사의 협상력은 5G 시대에 들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매출에서 콘텐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분기 55%에서 올 1분기 56%로 늘고 있다. 특히 콘텐츠 부문에서 ‘IP 비즈니스 기타’ 비율은 전분기 17.92%에서 1분기 22.2%로 뛰었다. 카카오VX가 속한 게임 부문은 27%에서 23.91%로 비중이 줄었지, 사용자 유인책인 콘텐츠 기반은 카카오 프렌즈 IP다.

국내 통신사로는 처음으로 LG유플러스가 신호탄을 쐈지만 이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예고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기술 성숙기에 들어설 경우 서비스 준비를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통사 간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 상무는 간담회에서 “'결국 LTE가 아닌 5G(서비스)를 사야겠어'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며 “아직은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시장이 시작 단계여서 꼭 선점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쟁사에 없는 독점 IP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