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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신화 이랜드, 이제는 ‘재무개선’ 신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견다희 기자
2019-07-25 11:25:35

무형 브랜드 자산 활용해 위기 극복

부채비율 2014년 345%→2018년 172%

[사진=견다희 기자]

1980년대 중저가 의류매장으로 시작한 이랜드는 이후 무섭게 사세를 확장하며 창업신화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결국 이랜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불식을 희석시켰다.

그러나 이랜드의 구조조정은 대다수 기업이 유형자산(부동산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랜드의 구조조정 성공 요인은 무형 브랜드 자산 활용이 유효했다. 많은 기업들이 부실과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이랜드는 브랜드를 활용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창업 신화에 이어 구조조정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랜드는 최근 신용등급 상향, 원활한 자금조달 등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72%로 2014년 344.9%에서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15년 이랜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으로 과도한 재무 부담에 시달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4년 이랜드의 총차입금은 4조5721억원 부채비율은 344.9%, 차입금의존도는 55.7%까지 악화된 상황이었다.

중국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재무리스크를 보완하고 있었지만 재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이에 이랜드는 2015년 말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다. ‘투자’ 보단 ‘내실다지기’에 주력했다. 이랜드는 초기 개선 방안으로 킴스클럽, 뉴코아 강남점 같은 수익사업, 자산 매각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과 주력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수익성관리나 인수합병(M&A) 최소화, 비핵심·비수익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개선을 꾀했다.

◆ 재무구조 개선 위해 비효율사업뿐 아니라 효자 브랜드도 매각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동안 이랜드가 키워낸 콘텐츠였다.

이랜드가 운영하고 있는 PB브랜드는 50여개로 1980년 창업 이래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다양화시키는 데 전념했다. 지난 37년 동안 이랜드를 성장시킨 것은 토지나 건물이 아닌 브랜드 콘텐츠 자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매각한 ‘티니위니’다. 티니위니는 중국에서 이랜드가 선보인 패션 브랜드 가운데 매출 1, 2위를 다투는 효자 브랜드였다. 현지에서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당시 추진하던 킴스클럽 매각이 지연되자 2017년 중국 여성복업체에 8770억원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이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인수합병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랜드는 수익이 나지 않는 비효율사업도 과감히 정리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커피프랜차이즈 ‘커피빈’을 2년 만에 중단했다. 이 밖에도 2017년 자연별곡, 애슐리도 사업을 접었다.

핵심사업인 패션, 유통에 집중한 이랜드는 지난해 2분기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스파오를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지주회사다. 이랜드월드는 외형확장 보다 ‘재고관리’에 초점을 두고 잘 팔리는 상품을 팔릴 만큼만 만들어 재고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펼쳤다. 스파오가 지난해 2분기에 영업이익을 대폭 개선한 것은 남다른 의미를 둘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랜드는 2016년과 2017년 비영업자산 매각, 재고자산 소진으로 운전자본 회수, 모던하우스(임차료 선급액 포함 세전 7130억원) 매각도 함께 추진했다.
 

이랜드월드 연결기준 부채비율[사진=이랜드 제공]


◆회사채 통한 만기 분산으로 상환 압박 축소

이랜드는 부채비율 감소와 함께 유동성 확보를 통해 만기구조를 분산해 과도한 상환 압박도 축소했다.

이랜드는 2015년부터 실적과 재무가 악화되면서 2년 간 회사채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때문에 주로 기업어음(CP)이나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단기차입비중이 높았다.

이랜드는 상환 압박 완화를 위해 2018년 1월 만기도래한 단기사모채 3000억원 5년 만기로 연장했다.

그 외에도 회사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통해 만기구조를 분산했다. 이랜드는 2018년 1월 트렌치 5년물 500억원. 7월 트렌치 5년물 500억원, 10월 트렌치 2년물 193억원을 사모시장에서 조달했다. 같은해 8월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보증을 받은 공모채(300억원)와 기관 투자를 확보해 사모채(100억원) 등을 2년 만기로 더 받았다.

그 결과 차입금 만기구조가 분산되면서 2017년 말 기준 89.9%로 과도한 수준의 단기차입비중은 54.6%까지 떨어졌다.

추가적으로 이랜드리테일의 Pre-IPO로 30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조정차입금도 감소했다. 2017년 12월 중 이랜드월드의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CSP) 유상증자 대금 1000억원이 유입되면서 2017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3조7000조원(2015년 말 5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8년 1분기에는 4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추가로 실행되면서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71.7%, 40%까지 하락하는 등 레버리지 지표가 개선됐다.

◆달라진 시장의 평가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무형의 브랜드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약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은 시장에서 기존 재무구조개선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의 재무 안전성 개선을 반영해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의 기업신용등급(BBB0→BBB+), 기업어음등급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A30→A3+)을 상향 조정했다.

더불어 이랜드는 IPO가 연기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 엑시트 자금을 어렵게 않게 조달해 재무여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물론 FI 상환 재원 마련으로 이랜드의 만기구조는 다시 단기화 됐다. 올 3월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4조2000억원이고 이중 단기성차입금은 2조5300억원으로 60.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차환 부담이 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랜드리테일과 중국 자회사의 자체현금창출력, 중국자회사 예금담보를 활용한 차입조달 여력 등의 재무융통성에 기반한 상환재원 조성능력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랜드리테일 IR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를 성공적으로 엑시트시켜주면서 기업 안정성을 한층 더 인정 받을 것”이라며 “이리츠코크렙도 처음 상장할 때 자사의 재무구조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재무이슈가 완전히 해소 되면서 기관 투자자 역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이랜드가 고강도 재무개선 결과로 안정적인 투자조건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지난 6월 4000억원 규모의 사채 발행 주관은 물론 자기자본 투자(PI)까지 집행하는 등 시장에서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통상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성공기업 기준으로 46개월, 약 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장기간은 평균 71개월로 약 6년가량이 소요된다. 이와 비교해 이랜드는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단시간 내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다.

이랜드 이윤주 CFO는 “사업적으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내에는 수익구조와 재무구조 재설계를 통해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본구조가 완성 될 것”이라며 “내년 40주년을 앞두고 올해는 신용등급 상향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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