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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日 의존, 대기업-중기 연구개발 상생 못했기 때문일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승룡 기자
2019-07-20 08:08:00

박영선 장관 "대기업이 중기 불화수소 안 사" 지적

화학물질관리법 개정 따른 안전기준 강화로 국산화 늦어져

[사진 = 중기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정면비판했다. 이들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의 '상생' 노력이 부족해 결국 일본 의존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백여 과정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 공정과 국내 환경규제 등을 간과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안 사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공정마다 분자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하나씩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그 정도까지 디테일이 갖춰지지 못했다"며 "품질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3개 품목 가운데 하나다. 불화수소는 반도체를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식각 공정과 세정 작업에서 사용된다. 그 중 가장 민감한 공정에 사용되는 일본 불화수소 제품은 순도가 '트웰브 나인(99.9999999999)' 수준이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일본 의존도가 높을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소재업체들이 만드는 불화수소는 97% 내외의 저순도로 알려져있다.

러시아 정부가 우리나라에 불화수소를 공급하겠다는 제안했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가 마냥 반기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러시아 불화수소 품질을 확신할 수 없어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은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투입부터 완제품까지 600여 과정에 이르는데, 이 중 하나라도 오류가 생기면 생산라인에 투입된 모든 반도체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수입대체 혹은 국산화 등이 이뤄지면 물론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장관이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라며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을 하며 상생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사실 정부의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불화수소의 국산화가 더디게 된 측면도 있다.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화학물질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유해물질 취급 공장이 갖춰야 할 안전기준은 기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각 공장이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탓에 결과적으로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게 된 것이다.

같은 포럼에서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입장차가 있어도 지금 그것을 표명해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지금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나선 상황에서 책임소재를 돌리며 내부분열에 빠진 국내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박 회장의 우려처럼 정부의 대기업 '책임전가'가 되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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