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승 작가 "강낭콩의 ‘77일간 삶과 죽음’ 작품으로 만들었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성민 기자
2019-08-28 18:36:16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9월11일까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프로메테우스의 끈 6'와 함께 선 정승 작가. 사진=전성민 기자]

작은 강낭콩이 보낸 ‘77일의 삶’은 위대했다. 정승 작가의 조각 작품 ‘프로메테우스의 끈 6(Prometheus's String VI)’에는 보이지 않는 생명의 경이로움이 담겨있었다.

‘2019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이 오는 9월11일까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다. 국내 작가 8팀과 해외 작가 5팀이 실험적인 작품과 퍼포먼스로 ‘생명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정승 작가는 ‘프로메테우스의 끈 6(Prometheus's String VI)’을 선보였다. 3년 동안의 작업 끝에 ‘프로메테우스의 끈’은 여섯 번째 버전까지 이어졌다.

정승 작가는 “첫 번째 버전은 강낭콩이 자라고 죽는 77일 간의 과정을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컴퓨터에 입력시켰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3D 프린터에서 매일 프린팅을 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식물의 생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모았다. 온도, 습도, 조도, 식물의 크기뿐만 아니라 주변 소리 및 움직임까지 수집했다. 정승 작가는 “식물은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데이터는 다채로운 작품으로 이어졌다. 3D 프린터가 만드는 기본 모형은 구이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30분에 하나씩 다음 단이 쌓이기 때문에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을 선택할지가 작업 과정에서 중요하다. 정승 작가는 “남북 단일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분단에 대한 이슈를 작품에 적용하고 싶었다. 이정호 국립식물원 DMZ자생식물원장님의 조언을 얻어 DMZ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선정한 적 있다”고 회상했다.

작가의 철학이 담긴 ‘프로메테우스의 끈’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여섯 번째 버전에서는 로봇으로까지 발전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로봇티즈의 연구원으로 있는 친구와 함께 협업한 결과다. 로봇 쪽에 달린 조명은 기상청으로부터 1시간 마다 받은 광진구의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낸다. 움직이는 거대한 작품은 보는 이들이 다양한 상상을 하게 했다.

작가의 생각은 작품의 제목에 잘 담겨있다. 정승 작가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줘 문명을 창조할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질병과 증오 등 파괴의 힘도 줬다”며 “삶과 죽음이 동시에 같이 간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정승 작가는 2020년 상반기에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끈’을 가지고 개인전을 연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는 정승 작가는 미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작품과 연계 된 퍼포먼스도 이런 생각의 일환이다. 그는 지난 22일 ‘흩어진 외침’이라는 퍼포먼스를 언론 앞에서 선보였다. ‘프로메테우스의 끈’에 연결된 한 사람이 방독면에 붙은 마이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 몸부림쳤지만, 말 소리는 끝내 전달되지 않았다. 영상과 어우러진 퍼포먼스는 강렬했다.

정승 작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디지털화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등이 하나의 인격체가 돼 나를 대신해주는 것 같지만, 진짜 사람은 아니다. 개인의 특유한 냄새는 전산화하기 힘들다. 전산화과정에서 뭉개지고 으깨져버리는 내용들이 본질을 찾기 힘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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