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국은 22일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한 보고서 '아세안 5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배경과 전망 및 시사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세안 5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제고됐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FDI의 역할이 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안 5국에 대한 FDI 유입액은 2007년 약 337억달러에서 지난해 약 686억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세계 FDI 유입액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1.9%에서 지난해 5.3%로 증가했다. 신흥국 FDI 유입액 대비 비중도 같은기간 4.3%에서 9.3%로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FDI는 투자 증대, 선진 경영기법 및 기술의 국내 이전 등을 통해 투자대상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특히 국내 자본이 부족한 신흥국의 경우, FDI는 투자 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중국은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정부의 가공무역 억제 및 내수 중심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등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중국 무역 가운데 가공무역의 비중은 2007년 45.4%에서 지난해 27.3%로 감소한 반면, GDP 중 내수중심의 3차 산업 비중이 같은기간 42.9%에서 52.2%로 늘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세계 수출증가율 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중국의 수출은 지난 2016년부터는 세계 수출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세안 5국은 저임금 노동력,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 등에 힘입어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5국의 제조업 임금수준은 지난해 연간임금 기준으로 중국(1만520달러)보다 낮으며 특히 인도네시아(5027달러), 필리핀(4056달러), 베트남(3812달러)의 경우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보고서는 "역내 분업체계에서 아세안 5국의 역할이 강화되고 이들 국가들의 내수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경우, 아세안 지역에 대한 투자전략 수립 시 조립·가공을 위한 해외 생산기지 구축 외에 향후 내수시장 확보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생산거점이 아세안 5국으로 이전되는 구조전환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경우 향후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낮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의 최종 목적지가 아세안 5국으로 전환되면서 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對아세안 5국 수출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중간재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75.8%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