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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도전과 과제] 하늘의 지휘자 조원태, 먹구름 뚫고 수송보국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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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후계자 도전과 과제] 하늘의 지휘자 조원태, 먹구름 뚫고 수송보국 이어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19-10-06 09:11:00

가족 갑질 파문에 아버지 별세…위기의 연속

대내외 소통 강화로 주주·국민 마음 얻기에 주력

대한항공은 6월 18일 저녁(현지 시간) ‘파리 국제 에어쇼’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Le Bourget) 보잉787-10 20대, 보잉787-9 10대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이 보잉787 항공기 모형을 들고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산 무니어(Ihssane Mounir) 보잉 상용기 판매∙마케팅 수석 부사장, 캐빈 맥알리스터(Kevin McAllister)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CEO,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존 플뤼거(John Plueger) 에어 리스 코퍼레이션(Air Lease Corporation) 사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지휘봉과 마법봉의 차이점은 사람 간의 조율이다. 마법봉은 한 사람의 의지로 순식간에 결과를 낸다. 반면 지휘봉은 사람이 사람을 따르는 집단의 미래를 허공에서 그릴 때 쓴다. 아버지의 지휘봉을 이어받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거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 난기류에 맞선 공연을 진행해야 한다.

가족 구설수에 경영권 분쟁 위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는 9월 16일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전현직 사회이사 세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KCGI는 한진칼 전현직 임직원이 독립적 감사 선임을 막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조달해 한진칼이 이자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5월에는 조 회장의 선임 과정의 적법성을 들어 경영권 분쟁 소송을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대한항공은 들썩여왔다. 2014년 12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지난해 4월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파문으로 내부 격랑에 휩싸이다 올해 초 아버지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에 이은 별세 등으로 경영권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 뒤를 갑작스레 잇게 된 조원태 회장은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대한항공 총수 자리를 둘러싼 형제 다툼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기업을 이끌어 나가라’는 선친의 유언을 따라 잡음 없이 조원태 체제로 안착되는 모양새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은 최근 조 회장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진칼은 델타항공이 자사 주식 10%를 확보했다고 9월 24일 공시했다. 조원태 회장(2.34%)과 한진 일가, 재단 등 지분율 29.55%에 델타항공 지분을 합치면 우호지분은 40%에 가깝다. KCGI의 그레이스홀딩스 지분 15.98%를 압도한다.

델타항공이 우군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은 그동안 양사가 쌓아온 협력 관계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00년 델타항공과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출범했다. 지난해 5월에는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를 맺었다. 주요 수익 기반인 환승 경쟁력을 위해 조양호 회장이 추진한 해법이다. 승객은 둘 중 어느 항공사를 이용해도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쌓인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시너지를 내 환승 경쟁력이 올랐다고 대한항공은 자평했다. 올해 5월에는 1주년 기념 공동 광고와 각종 행사를 이어갔다. 양사는 9월 17~20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사랑의 집 짓기를 하며 협력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8월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에는 여객사업 개선 해법으로 델타 조인트 벤처 효과 극대화를 내세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월 2일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악재에는 수익성 다변화로 대응

조원태 회장에게는 신 경영체제 안정과 줄어든 화물 수익 회복 등 급하지 않은 불이 없다. 무엇보다 조 회장은 아버지의 업적을 지키면서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을 양 날개에 짊어졌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의 다음 반세기 초석이 조원태 리더십에 달렸다.

대한항공은 3월 ‘비전 2023’으로 2023년 매출 16조원 달성을 약속했다. 해마다 매출 5.1%를 올려야 가능한 수준이다. 우선 델타항공과 협력해 미주-아시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유럽과 동남아 중장거리 신규 노선을 확대한다. 화물은 베트남과 인도, 중남미 등 신성장시장 노선 개발과 의약품, 신선 화물 같은 고수익 상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 내부 감사위원회와 경영위원회,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와 내부 거래 위원회, 안전위원회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2023년까지 차입금 11조원, 부채비율 39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한항공 차입금은 16조635억원에 달한다. 지난 연말보다 9.5% 오른 수치다. 부채비율도 707%에서 올해 상반기 835%로 올랐다.

자회사인 진에어 부채총계는 6월 말 기준 5454억400만원으로 지난해 2533억3200만원의 두 배를 넘는다. 영업이익도 2018년 1분기 531억원에서 올해 1분기 509억원으로 줄었다. 1분기 노선 수익의 24%를 일본이 차지한만큼 일본 불매 운동 대응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조 회장은 그간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다. 2003년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으로 입사해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경영기획팀과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 주요 분야를 거쳤다. 2014년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에 오른 뒤에는 안정적 영업기반 마련에 주력했다. 대한항공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9398억원)보다 줄어든 6924억원을 기록했지만 급등한 유류비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기 현대화를 위해 지난 6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보잉사 787 드림라이너의 가장 큰 모델인 보잉787-10 항공기를 20대 도입하고 보잉787-9 항공기는 9대 추가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보잉787-10이 도입되면 고효율 항공기 운영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대한항공 여객기 B787-10. [사진=대한항공]

◆대내외 감동시킬 리더십 절실

현장 소통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수시로 현장을 찾아 직원을 격려하고 우수 직원 수상식에 빠짐 없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일부터는 운항・객실 승무원과 접객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전직원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 의사소통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다. 사내 업무 시스템도 구글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 ‘G스위트’로 바꿔 시간과 장소에 묶이지 않는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2019년도 대한항공 임금협상도 무사히 마쳤다.

한진 일가를 향한 대중의 부정적인 감정은 오랜 시간 공들여 풀어야 할 숙제다. 한진 일가는 그동안 상식을 넘어선 오너 리스크로 기업 이미지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화물 수요 감소와 일본 노선 부진 등 돌파구를 찾기 힘든 외부 악재도 난기류다.

또한 총수 일가 내부에서 상속문제와 경영권 정리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모양새다. 조 회장 어머니 이명희 한국공항 고문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 등이 불씨로 남았다. 한진 일가는 공정위 동일인 변경 신청서 제출 과정에서 내부 단합이 되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평소 시스템 경영론을 강조해온 아버지의 방식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최고 경영자가 시스템을 잘 만들고 원활히 돌아가게 해 모든 이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하도록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말 한 마디로 그룹을 지배하는 마법봉 대신 직접 사람을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양호 회장의 수송보국(輸送報國)도 마법봉이 아닌 지휘봉으로 가리켜온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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