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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CB 발행'이란 자충수…이유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견다희 기자
2019-09-29 10:11:00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 기록…시장반응 "이변은 없었다"

신용등급 하향트리거 근접 · 메자닌 조건 발행 · 하위등급 선호도↓

향후 국제회계기준(IFRS) 상 영구채나 영구CB를 부채로 인식될 가능성 높아

이효율 풀무원 대표.[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이 재무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후순위 전환사채(CB) 발행 수요예측 결과 대규모 미매각을 기록했다. 원인으로는 풀무원의 신용등급 하향트리거 근접, 메자닌 조건 발행, 시장 분위기 등이 꼽히고 있다. 시장은 풀무원의 CB 발행 미매각은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와 함께 발행 자체가 자충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풀무원은 25일과 26일 양일간 700억원 규모의 후순이 CB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만기는 30년, 5년 후 채권을 중도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발행금리는 4.8%, 주간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절반도 모으지 못했다. 미매각 물량은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다.

◆신용등급 하양트리거 근접

풀무원은 해외식품사업의 부진한 실적이 전사 수익성과 이익규모를 제약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투자를 확대한 해외식품사업은 열위한 브랜드력과 비용 증가 요인 등으로 인해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법인은 사업조정 과정에서 신규 생산라인 안정화 진행과 매출의 제한적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운송법규 강화로 인한 물류비 증가 등으로 250억원 규모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법인도 2018년 6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법인은 두부시장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 물류 개선과정의 일시적 비용 발생 등으로 올해 반기 적자가 지난해 반기보다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생산 및 물류 합리화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미국법인은 생산 안정화와 고수익품목 생산 확대 등 실적 개선요인이 있으며 올해 들어 소폭의 적자 축소세로 전환된 상태다.

그러나 중단기간 내 해외식품 전반의 큰 폭의 실적 제고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사 수익성에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는 풀무원식품의 등급하향 조건으로 '해외식품사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투자 확대의 성과 미진',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3.5배'를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풀무원식품의 순차입금/EBITDA를 3.4배로 전망했고 하향트리거인 3.5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풀무원의 지난해 순차입금/EBITDA는 2.5배다.

◆메자닌 아닌 메자닌

풀무원은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일겉는 말) 발행에 도전했지만 5년물 채권과 다름없는 발행 조건이었다. 전환권 대신 고금리 메리트를 부각했다. 이 조건이 풀무원의 발목을 잡았다.

양일간의 수요예측에서 연 4.8%라는 고금리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이 이어졌다. 그러나 기관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도 주문을 철회하면서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했다.

CB는 만기가 30년으로 길고 계속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영구채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메자닌은 대부분 사모 형태로만 발행돼 왔다. 공모 발행 시 투자자 보호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토가 더욱 엄격해져 기관이 메자닌을 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수정하거나 내부 논의를 거쳐야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이런 점도 기관투자자들을 망설이게 만든 이유다.

CB는 채권으로 발행되지만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에는 채권 보유자 요구에 의해 주식(보통주)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전환사채 보유자는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으면 채권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주가가 높아지면 주식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풀무원은 전환가를 주가(27일 기준 9390원)의 3배에 이르는 2만7000원으로 설정해 사실상 전환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위등급에 대한 시장 선호 저하

풀무원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채권시장은 상반기만해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A등급, BBB등급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한 달여 전부터 하위등급에 대한 선호도가 급속히 냉랭해졌다.

전반적으로 기업들 펀더멘탈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하다. 상위등급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크게 상회하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크레딧 팀장은 "여전히 크레딧에 대한 투자 심리는 높은데 채권의 성격과 등급에 따라 갈리는 상황"이라며 "풀무원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낮은 등급뿐만 아니라 해외사업 부진으로 인한 이유도 크다"고 설명했다.

◆CB발행은 '자충수'

풀무원의 CB발행은 재무지표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풀무원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176.2%이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말 269%까지 상승했다. 운용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그동안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던 운용리스 2242억원이 부채(차입금)로 계상되면서 크게 늘어났다.

이번 발행 물량은 5년 후 콜옵션 행사시점 전까지 전액 자본으로 분류된다. 조달자금이 채권 차환과 은행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부채 역시 줄일 수 있다.

풀무원은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으면서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CB 발행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영구채는 국내에서 자본으로 인식돼 당장은 재무비율 개선에 도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상 영구채나 영구CB를 부채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풀무원이 자충수를 뒀다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금융상품 표시 회계기준(IAS32) 개정작업을 하면서 회원국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IASB는 원금 상환 의무가 없더라도 보유자에게 성과나 주가 연동 없이 특정 금액의 수익을 약속할 경우 금융부채로 보고 있다.

영구채는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재무 여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는 이마트의 신용등급(Baa3)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면서 4월 조달한 영구채 4000억원에 차입 성격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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