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두산, 그룹 체질 개선 이룰까

이성규 기자2019-10-01 09:13:29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높은 경기 민감도 여전 자금조달·재무관리 집중 필요...PRS 연장 등 긍정적

[ 사진=두산그룹]

[데일리동방]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를 인적분할하는 ㈜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향후 수주다변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그룹 전반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계열 경기민감도가 높은 사업이 주를 이루는 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여전히 불안요소로 꼽히는 두산건설 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사업뿐만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박정원 회장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두산은 두산퓨얼셀(연료전지 사업)과 두산솔루스(소재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1일 공식 출범했다. 재상장일은 오는 18일이다. 존속법인(두산)은 전자·모트롤·산업차량·유통·정보통신사업 등을 영위한다.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두산 내에서 각각의 사업을 담당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 분할 재상장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두산의 가치도 재평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두산그룹은 위기설에 시달렸다.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다.

두산중공업 지분 32.3%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은 두산중공업 실적에 민감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두산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야기한 것은 두산건설이다. 두산건설은 올해 상반기 재무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4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우려했던대로 최종 모집금액은 3150억원에 그쳤다.

이중 두산중공업이 참여한 규모는 3000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시장 예상을 뒤엎고 4718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조달한 대부분의 자금이 두산건설로 흘러간 셈이다.

두산건설은 여전히 그룹 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장기 미회수채권 관련 대규모 대손인식에도 2015년 이전 준공 프로젝트 등 1940억원,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 관련 대여금 2632억원, PF차입금 1900억원 등 추가 대손 우려가 존재한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경기 불황에도 북미, 유럽과 중국, 이머징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두산중공업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머징시장이 2018년 이후 당분간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 6년간 1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결과다.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린다.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며 무려 4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GE, 지멘스, MHPS, 안살도 에네르기아 등 소수 굴지의 기업만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신성장 동력’ 가스터빈, 원자력 역풍 극복할까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은 신성장 동력 확보와 동시에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스터빈 세계시장은 30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한다. 전기발전과 비행기엔진 산업 전망이 긍정적으로 예상되면서 그 규모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발전은 천연가스발전소에서 사용되며 석탄, 석유 등 기존 화력발전 대비 절반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항공엔진은 항공여행 대중화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저가항공사(LCC) 등을 중심으로 한 가격경쟁으로 항공산업은 부진한 모습이지만 가스터빈 제조사들에게는 호재인 셈이다.

두산중공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두산건설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정책 추진에 따른 수주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될 전망이다. 원전 프로젝트 수행기간은 5년 이상 장기간으로 수주감소가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분산될 전망이다. 따라서 가스터빈 개발 성공은 두산중공업 실적 우려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다만 글로벌 굴지의 기업들이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경기 민감도 문제 지속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계열사별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두산중공업 수주가 많아져야 그룹 전반 양호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들이 영위하는 사업의 공통점은 경기 민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호황 시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불황 시기에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도 전반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기는 호황과 불황 국면이 반복되는 만큼 사업도 큰 폭의 등락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자금통제 등 철저한 재무관리를 통해 위험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 변화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두산그룹이 보여준 일부 행보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으로 인적분할하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다. 재상장을 통해 시장의 재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자금조달 창구도 많아지는 격이다. 두산에 대한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는 요인이다.

두산중공업은 과거 두산엔진을 매각하면서 두산엔진이 보유한 두산밥캣 주식 1058만주를 가져왔다. 지난해 8월 자금확보를 위해 관련 주식 전량을 증권사에 PRS(Price Return Swap)로 매각했다.

평단가는 3만4800원으로 올해 12월 만기다. 주가가 기준가보다 높으면 두산중공업이 증권사로부터 차액을 받고, 반대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증권사에 지급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 계약을 1년 연장했다. 기준가는 3만5650원 소폭 올랐지만 관련 손익보다는 그룹 체질 개선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간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사업과 자금조달공급 불안으로 신용도가 지속 하락했다”며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을 중심으로 여전히 현금흐름기반 차입부담 완화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분할,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은 긍정적이지만 신용도 하락 우려를 즉각 해소하긴 어려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