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구석, 수상한 소년의 '은밀한 글쓰기'

전성민 기자2019-10-29 08:06:29
연극 '맨 끝줄 소년'…12월1일까지 예술의전당서 공연

연극 ‘맨 끝줄 소년’에서 클라우디오역을 맡은 안창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항상 교실 맨 끝줄에 앉는 소년이 쓰는 글은 위험하다. 남몰래 타인을 관찰하며 허구와 현실을 넘나든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다양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지난 24일 개막한 연극 ‘맨 끝줄 소년’이 오는 12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2006년 ‘맨 끝줄 소년’을 세상에 내놨다. 출판 당시 마요르가는 스페인출판인협회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권위 있는 상인 ‘막스상’을 수상했다. 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스페인에서 철학교수와 극작가로 활동 중인 마요르가는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소년이 가진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문학도로서 꿈을 잊은 권태로운 문학 선생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소년 클라우디오는 남다른 작문 과제를 제출한다. 같은 반 친구 라파 가족을 몰래 관찰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루한 일상에 젖어있던 문학 선생님 헤르만은 재능 있는 클라우디오를 통해 멋진 소설을 쓰고 싶었던 욕망을 채운다.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글을 보면서 헤르만은 고뇌한다.

배우들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초연부터 클라우디오역을 맡아 온 전박찬과 함께 안창현이 새로운 클라우디오로 나선다. 헤르만역은 초연부터 함께 해온 박윤희가 맡았다.

마요르가는 수학교사 시절 시험문제 정답 대신 ‘시험공부를 하지 못한 이유’를 적은 학생 답안을 채점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2015년에 고(故) 김동현 연출이 초연했다. 초연 때 드라마투르그(dramaturg)로 활약했던 손원정은 2017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투르그는 극단에 상주하는 비평가다. 희곡 창작과정부터 프로그램 제작·캐스팅·리허설·공연 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공연 전 과정에 관여한다.

손 연출은 “‘맨 끝줄 소년’은 현실과 예술 간 긴밀한 관계를 담고 있다”라며 “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그리는지, 현실 속에 사는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며 욕망과 위로 때로는 배신을 느끼는지를 문학을 소재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릴러처럼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 작품을 본 관객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헤르만과 함께 사는 후아나역을 맡은 우미화는 “‘문학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예술도 마찬가지다’라는 대사가 있다”라며 “결국은 관객이 공동 창작자다. 각자 질문하고 각자 가져가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원작 이상으로 극을 이끌어낸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들어낸 조화가 초연 이후 지금까지 명작 반열에 올려놓았다”라고 평가하며 “철학적인 주제이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언어를 좇다 보면 금세 동화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클라우디오 역을 맡은 전박찬(왼쪽)과 헤르만으로 분한 박윤희. [사진=예술의전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