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전성민 기자2019-11-05 07:00:00
中대표작가 궈스싱 3부작 첫 작품 ‘물고기인간’ 워씨 영감과 낚시의 신, 팽팽한 가치관 대립 인상적 낚시터 무대·중국악기 라이브 연주로 생동감 더해 서울시극단,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서 17일까지 공연

['낚시의 신'역을 맡은 강신구(오른쪽)와 '위씨 영감' 역을 맡은 박완규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중국 극작가 궈스싱(过士行)이 쓴 연극 ‘물고기 인간(魚人)’이 마침내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성규) 산하 서울시극단(단장 김광보)은 오는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물고기 인간’을 공연한다고 5일 밝혔다. 

‘물고기 인간’은 중국 연극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극작가인 궈스싱이 1989년에 쓴 처녀작이다. 그는 중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취미인 낚시·바둑·새 기르기를 소재로 작품을 썼다. 물고기 인간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중국 외에도 일본·프랑스·독일·노르웨이에서 공연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야기는 북방 어느 호수에서 열린 낚시 대회로 인해 소란스러운 모습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대청어를 지키기 위해 호수를 떠나지 않았던 ‘위씨 영감’과 대청어를 잡기 위해 아내와 자식들을 잃은 ‘낚시의 신’이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30년을 기다린 두 사람이 펼치는 대결은 대어가 문 낚싯줄처럼 팽팽하다. 신념과 가치관이 대립하며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낚시의 신’ 아들인 ‘셋째’와 ‘위씨 영감’ 수양딸인 ‘류샤오옌’이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이 벽이 되어 가로막힌 청년들 모습을 반영한다. 그래서일까. 30년 전 작품이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국내에는 중국 연극이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어 이번 공연이 갖는 의의는 더욱 크다. 한·중연극교류협회는 2018년 ‘제1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물고기 인간을 소개했다. 한·중연극교류협회는 매년 ‘중국 연극 총서’를 출판하는 등 양국 간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작년 낭독 공연에 이어 올해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무대 위에 구체적으로 구현해야 해결되는 몇몇 장면들 때문에 형상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궈스싱 작가는 “베이징에서 한국 극단 공연을 본 이후로 한국 연극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기를 기대했고,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화답했다.

번역과 드라마투르그(dramaturg)를 맡은 김우석 인하대 중국학과 교수는 “‘물고기 인간’은 1989년도 작품이다. 개혁 개방 직후 실험극이 주류를 이뤘는데, 물고기 인간은 중국 연극 색깔을 찾게 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물고기 인간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낚시터에 모인 사람들이 가진 의지와 신념 간 대결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작품은 색다른 무대와 음악 구성이 돋보인다. 무대 변형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는 이번엔 낚시터로 변했다.

박상봉 무대 디자이너는 “약 15m가 넘는 무대를 넓은 낚시터로 표현했다. 무대를 이동식 바닥으로 설치하고 장면마다 호숫가와 낚시터를 다르게 구성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다양하게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연기 호흡에 맞춰 흘러나오는 윤현종 음악감독이 선보이는 라이브 연주는 마치 작품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동감을 안겼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민속 악기들이 만드는 조화는 관객들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윤 음악감독은 “작품이 가진 우화적인 표현을 더하기 위해 중국 악기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라이브 음악으로 생동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낚시의 신’역을 맡은 배우 강신구와 ‘위씨 영감’ 역을 맡은 박완규가 쉴 새 없는 주고받는 대화들은 극에 속도감을 더해 몰입도를 높였다. 

 ‘완 장군’ 역을 맡은 박상종과 ‘류샤오옌’ 역 최나라, ‘교수’ 역으로 분한 문호진 등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지난 4월 공연한 서울시극단 창작극 ‘함익’에서 원숭이 ‘햄릿’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박진호는 이번 작품에서 물고기 역으로 분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관객들은 “낚시의 신과 위씨 영감의 팽팽한 대결이 인상적이었다”며 “여러 배우들이 한 데 모여 표현한 모습이 진짜 물고기 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설의 대청어를 잡으려는 '낚시의 신', 이를 지키려는 '위씨 영감' 간 대결 구도를 통해 우리에게 신념과 집착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 30년을 기다린 그 대결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궈스싱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