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ㆍ혼공…'워커홀릭' 털고 '여가홀릭'

기수정·전성민 기자2019-11-15 03:00:00
M세대 트렌드 변화상-주52시간 근무제가 바꾼 문화생활 여유시간 늘며 맞춤형 체험여행 선호 공연 관람 절반은 혼자보는 '혼공족'

주 52시간 근무제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내국인 여행·문화 트렌드가 달라졌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격무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은 ‘휴식’과 ‘여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연평균 근무 2024시간을 기록하며 ‘워커홀릭 사회’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2월 국회에서 ‘주(週)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년 만에 통과하면서 우리 사회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룬다’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열풍이 불었다. 격무(激務)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휴식과 여가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고,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도 확산됐다.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분야는 ‘여행’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M세대)들이 액티비티‧식도락 등 각자 취향에 맞는 체험여행을 선호하길 원하면서 체험형 여행‧호캉스(호텔+바캉스) 등 자유여행을 기반으로 트렌드가 변화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브릿지(B.R.I.D.G.E.)’를 2019년 국내여행 트렌드로 제시했다.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일상과 여행이 마치 ‘다리’ 한 개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근무제도가 유연해지면서 휴식에 집중하는 단기여행부터 ‘한 달 살기’ 열풍까지 다양해졌다. 여행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관련 인프라(시설)도 늘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인 절반 이상이 해외여행을 떠날 정도로 그 수요가 많고 스마트폰 이용비중도 높다”며 “특히 20·30세대는 다양한 여행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 뮤지컬 ‘벤허’ 오후 공연을 보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사진=인터파크 제공]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자기계발을 위한 여가시간 활용도가 높아졌고,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 문화도 확대되는 추세다.

‘M세대 레볼루션’은 공연 분야에서도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대와 30대는 공연을 많이 보는 대표적인 연령대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이들 M세대는 혼자 공연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연 기획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혼공족’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연장에 앉아 있는 관객 가운데 절반은 혼자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공연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7년에는 전체 관객 중 49%가, 2018년에는 46%가 혼자 공연장을 찾았다. 혼공족은 20대 여성(31.5%)이 가장 많고, 이어 30대 여성(18.6%)과 10대 여성(11.5%) 순이었다. 여성이 7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평일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것이다.

인터파크가 예매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1년 동안 평일 관객이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전인 2017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 평일 관람객은 약 217만명이었다. 제도 시행 후인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 사이엔 약 241만명이 평일 문화공연을 찾았다. 야근을 줄이는 문화는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 앞당겼다. 이전까지는 평일 오후 8시 공연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후 7시30분 공연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평일 공연 중에서도 오후 4시 전에 시작하는 ‘마티네’ 관객 증가가 두드러졌다. 주 52시간제 시행 전 1년 동안은 평일 낮 공연 관객이 약 43만명었지만 시행 뒤엔 약 52만5000명으로 1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22%나 늘어난 수치다. 직장인들이 오후 반차를 내고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변화 속에 기업들도 M세대 사원들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밀레니얼세대는 자기만족 같은 내적인 요소뿐 아니라 월급이나 고용안정 같은 외적인 요소까지 모두 충족돼야 업무와 조직에 대해 만족하는 세대”라며 “사회와 기업들도 M세대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 의사결정권자들도 워라밸로 대표되는 조직문화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