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도 SK・두산처럼…밀어주고 끌어주는 형제경영

이범종 기자2019-12-05 03:11:00
GS 허창수 회장, 임기 2년 앞두고 동생에게 승계 SK 최태원 회장, 믿어준 친족들에게 지분 상속 형제 갈등 파고 넘은 두산, 4세 시대 주목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과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이 11월 15일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제28회 한일재계회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데일리동방] 장자 승계를 벗어난 형제 승계가 세대교체의 한 축으로 조명받고 있다. GS와 SK, 두산 일가는 한 우산 아래서 손잡이를 맞잡고 3・4세 시대 생존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3일 사장단 회의에서 사임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에 추대됐다. 평소 혁신을 강조한 그는 2년 임기를 앞둔 상황에서도 혁신 리더십을 이야기하며 그룹 회장직을 내놨다. 허 회장의 GS건설 회장직은 유지된다. 범 LG가(家)인 GS그룹은 2004년 LG그룹에서 잡음 없이 계열 분리했다. 15년 뒤 첫 회장 교체에서도 형제 경영으로 인화의 전통을 이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16일부터 사흘간 제주 서귀포시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 CEO세미나'에서 첫날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SK 제공]

◆최태원 회장으로 똘똘 뭉친 SK가족, 지분으로 보답

형제간 단합과 형제간 경영승계 사례는 SK와 두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은 슬하에 故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뒀다. 그가 1973년 눈 감은 뒤에는 동생 故 최종현 전 회장이 자리를 이어갔다.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다. 최종현 회장이 1998년 별세하자 SK 5형제는 만장일치로 최태원 회장에게 그룹 대표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산 최윤원 회장은 자신이 장자임에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대주주 대표권을 양보해 힘을 실어줬다. 이때 형제 간 상속 분쟁이 있었다면 외환위기와 소버린 사태 등을 겪으며 그룹 해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버린 사태는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 자회사 크레스트증권이 SK 경영진 분식회계 수사와 재판으로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대량 매입해 경영권을 위협한 일이다.

형제 간 단합은 지난해 11월 최태원 회장의 주식 증여로 다시 주목 받았다. 당시 최 회장은 친족들에게 지주사 SK 주식 329만주(4.64%)를 증여했다. 장자임에도 자신에게 경영권을 양보한 최윤원 전 회장 가족에게 49만6808주, 최신원 회장과 가족에게 83만주가 전달됐다.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4녀 가족에게도 3만7899주가 증여됐다. 증여 주식의 절반인 166만주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품에 안겼다. SK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은 11월 기준 최태원 회장 18.44%,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6.85%, 최재원 부회장 2.36%, 최신원 회장 0.09%다.

사촌경영 체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창업주 아들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SK그룹 이탈 없이 사실상 독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패션과 LPG 충전소, 석유 도매 사업을 정리하고 동양매직과 AJ렌터카 인수 등 렌털사업 기반 홈케어와 모빌리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물론 독립 가능성도 있다. 최신원 회장이 당장 SK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SK 주요 계열사에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배구조 독립에 대한 관측이 나온다. 최창원 회장은 지주사 지분이 없지만 SK디스커버리 지분율이 40.18%에 달한다.

깊은 우애를 과시한 SK 일가는 최태원 회장 이후에 대한 궁금증을 부르고 있다. 동생에서 그 아들로 경영권이 이어진 전례를 보면 최 회장 자녀 또는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려있다.
 

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1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건설기계전시회 ‘바우마 차이나’ 현장을 찾아 두산인프라코어의 최신 건설장비가 전시된 야외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형제의 난 겪은 두산…'뭉쳐야 산다'

공동소유・경영 체제를 이어온 두산도 박정원 회장을 기점으로 지배구조 변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은 초대회장 故 박두병 회장이 강조한 형제 간 인화를 실천했다. 박 명예회장의 남자 형제는 무역업으로 독립한 막내(6남)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두산그룹 회장을 돌아가며 지냈다. 박용오(차남)-박용성(3남)-박용현(4남)-박용만(5남) 전 회장 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형제 경영체제는 위기도 겪었다. 2005년 박두병 회장의 차남 故 박용오 전 회장이 첫째인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형제들과 경영권 승계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

그는 5월 박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이양하라고 하자 반발했다. 두산그룹이 7월 박용성 회장을 차기 회장에 추대하자 박용오 회장은 검찰에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낸 이후 두산가에서 제명당했다. 회사 이사회는 그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두산은 286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28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6년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이 선고됐다. 박용만 전 부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회장은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2007년 경영에 복귀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2009년 11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화와 비극을 겪은 두산은 박용성-박용현-박용만 경영체제를 이어갔다. 4세 시대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 2016년 열었다.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은 같은해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형제 공동경영은 사촌경영으로 전환됐다.

두산가에는 사촌 경영자가 한가득이다.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3남 박용성 전 회장 장남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 등이 포진해 있다.

두산은 일가 수십명이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다 보니 개인별 지분율이 낮다. 친인척과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9월 기준 47.24%에 달한다. 반면 박정원 회장 지분율 7.41%를 제외하고 적게는 0%에서 2%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4.94%), 3세 경영인 박용만(4.26%)・박용성(3.48%)・박용현(3.44%) 전 회장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가가 합심해 그룹을 이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박용만 전 회장이 61세 때 박정원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점을 볼 때, 올해 57세인 박 회장이 당분간 독주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승계가 원칙으로 굳어지지는 않았다. 3세대 경영인 박용오 회장은 7년, 박용성・박용현 회장 3년, 박용만 회장은 4년간 회장직을 맡았다. 박용만 회장을 제외한 세 사람은 60대에 취임해 70세 이전에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