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화로 돌아본 희로애락 한국 근현대미술사 100년

전성민 기자2019-12-17 00:00:00
갤러리현대, 근현대인물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이중섭_길 떠나는 가족_1954_종이에 유채_29.5x64.5cm[사진=갤러리현대 제공]

[데일리동방] 인물화를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사 100년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한국 근현대 인물화를 재조명하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한국 근현대인물화’전을 오는 18일부터 2020년 3월 1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유홍준(미술평론가·명지대 석좌교수), 최열(미술평론가·서울대 강사), 목수현(미술사학자·서울대 강사), 조은정(미술사학자·고려대 초빙 교수), 박명자(현대화랑 회장)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갤러리현대와 자문위원은 수개월간 논의를 거쳐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돌아보고, 당대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독창성을 화면에 담아낸 화가 54명 71점을 최종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근현대 미술 성장과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전시를 앞두고 16일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 석좌교수는 “인물을 중심으로 하니 100년 미술에 대한 흐름이 더욱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 1부(갤러리현대 본관)에서는 1910년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 근대미술 명작을 만난다.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에 소장된 근대미술 걸작 6점 눈에 띈다. 김관호 누드화 ‘해질녘’과 고희동·김관호·이종우·오지호·김용준(졸업연도순) 자화상이 전시됐다.

김관호 ‘해질녘’은 1916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그려졌다. 그해 10월 ‘제10회 문부성미술전람회’에 특선을 차지해 큰 주목을 받았다. 평양 능라도를 배경으로 목욕 하는 두 여인 뒷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인이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 첫 누드화로, 인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조 교수는 “해질녘은 한국인이 그린 최초 누드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1930년대에는 화가들이 인체를 탐구하는 수단으로서 조선적인 특성을 지닌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이인성이 1934년 그린 ‘가을 어느 날’과 오지호가 1936년 그린 ‘아내의 상’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6·25 전쟁 이후 제작된 인물화에는 생과 사를 오가며 마주한 냉혹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소달구지에 가족을 싣고 구름을 가르며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이중섭이 그린 ‘길 떠나는 가족’(1954)과 전쟁이 지난 자리에서 마주한 아기를 업은 단발머리 소녀를 그린 박수근 ‘길가에서’(1954)에는 이런 고민이 잘 녹아있다.

작품에는 시대 상처도 묻어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작가들은 달라진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형을 가진 인물화를 제작했다. 이 작품들에는 불의와 억압에 저항하는 강한 인물상이 주로 등장한다. 이만익이 그린 ‘정읍사’(1976), 오윤이 그린 ‘애비’(1981) 등에는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 숨 쉬며 상처 나면 피가 흐리고 눈물지는 사람, 기쁨에 웃음이 범벅되는 인간상이 미술사 전면을 장식했다”고 평가했다.
 

16일 공개된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전시 전경. [사진=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