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급한 불’의 만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19-12-18 17:30:43

‘최악 상황’ 역발상 투자…규모의 경제 노림수

비상장, 가격 부담 낮아…효율성 높여 수익 극대화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지만 불황으로 그 충격도 상당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만큼 항공사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특히 경영 위기를 맞이한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상장사 대비 인수가격 결정을 위한 잡음도 덜하다. 남은 것은 운영 효율성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이번 딜(deal)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인수주식수는 497만1000주(51.17%)이며 대금은 695억원이다. 항공업계 내에서도 LCC 중심 구조조정이 시급한 가운데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움직인 것이다.

◆업계상황 최악···저가 매수 기회 판단

국내 상장 LCC들 주가는 지난 1년간 시장 벤치마크(코스피)를 크게 하회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반일감정 등이 확대되면서 화물과 여객운송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LCC일수록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HDC그룹에 편입되면서 LCC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에 ‘항로’에 집중했다. 인수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분리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방향에 따라 업계 재편 시나리오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HDC그룹은 에어부산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만큼 ‘저가’에 매각할 수 없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업계 불확실성 측면에서 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에 상당 기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입되는 자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의견이 주를 이룬다.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것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것을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HDC그룹은 항공업 운영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지만 제주항공은 본업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통합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인수가격 결정에도 잡음이 없고 상장사 대비 부담도 덜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구조조정 속도낼 듯

이스타항공은 국내 주요 LCC(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중 인당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하위권(각각 5위)이다. 항공업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몸집이 커질수록 유리하다. 제주항공의 인당 매출액은 이스타항공보다 높지만(4위) ‘1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 다만 인당 순이익은 LCC 중 가장 높다. 그만큼 운영 효율성 등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고 볼 수 있다.

제주항공이 경영 노하우를 이스타항공에 이식한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업황 회복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경험’을 통한 경쟁력 제고다.

최근 사모펀드들이 LCC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전략적투자자(SI)라는 상대적 강점을 갖고 있다. 이번 딜을 먼저 제안한 것은 제주항공이다. ‘경영 위기’인 이스타항공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SI로서 제주항공의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분쟁, 반일감정 등 외부변수 해소에 대한 기대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취지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로 업계 전반 구조조정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항공업계가 과도한 경쟁을 뒤로 하고 새롭게 재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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