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관계의 과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진 부장
2020-01-03 14:05:19

김범준 지음|동아시아 펴냄

90년대 유행하던 벙거지 모자와 와이드 팬츠에 오늘의 20대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주와 포항의 지진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 김정은과 트럼프의 긴장관계를 보며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예측할 수 있을까? 홍콩의 시민저항운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과 친구관계에서부터 사회 현상과 재해 등 자연현상까지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영향을 주고받는 구성요소들이 함께 작용해 질적으로 다른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 시스템이 바로 복잡계다. 많은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인간사회도 대표적인 복잡계다.

통계물리학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복잡계 물리학자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4년 만에 신작 <관계의 과학>를 펴냈다.

이 책에서는 복잡한 세상의 숨은 규칙과 패턴을 연결망을 만들어 살펴보고, 연결고리를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어낸다. 이를 위해 ‘때맞음’, ‘상전이’, ‘링크’, ‘창발’, ‘프랙탈’, ‘암흑물질’, ‘인공지능’까지 과학공부를 위한 핵심 개념 22가지를 이 책에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인터넷]



저자는 페이스북에서 서로가 공통으로 맺고 있는 친구의 수를 조사해 관계의 강도를 측정하는 연결망을 그려봤다. 또 페이스북 친구 관계에서 마당발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 양태를 역시 연결망을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저자는 또 홍콩 시민저항운동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얘기하며 ‘상전이’ 개념을 소개했다.

구정권을 옹호하는 B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에, 강한 신념을 갖고 저항운동에 참여하는 Ac라는 사람들이 있다. Ac가 13.4%가 되기 전에는 B가 다수지만 13.4%를 넘는 순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B 의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태로 수렴된다. 이를 통계물리학에서는 ‘상전이’라고 부른다.

그는 ‘상전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의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의 연구를 들었다. 그는 1900년부터 2006년까지의 시민저항운동을 조사한 결과 저항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3.5%가 넘었던 ‘모든’ 저항운동이 성공했다는 점을 발견한다.

3.5%는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5000만이 넘는 우리나라라면 거의 200만명, 미국이라면 무려 1000만명이 넘는 숫자다. 흥미로운 점은 3.5%를 넘긴 모든 저항운동은 하나같이 다 비폭력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를 대입시켜 보면 홍콩 시민저항운동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또 만취자를 찾는 법을 소개하며 ‘마구걷기’ 개념을 설명하고 차은우와 저자의 합성 사진을 통해 ‘중력파’ 검출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인 김범준 교수는 자신을 ‘행복한 물리학자’라고 말한다. ‘그냥 궁금해서 한’ 연구들이 기나긴 시간 끝에 답을 얻게 되면 정말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세상은 재밌고 궁금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김 교수는 지난 해 싱가포르에서의 국제학회 기조강연에서 ‘사람의 체질량 지수와 직립보행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그 사례로 피카츄의 체질량 지수를 계산해 보여줘 사람들을 폭소케 했다.

그는 과학의 대중화를 넘어 대중의 과학화를 꿈꾼다. 과학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핵심교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과학자들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방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합리적 사고의 과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계급장을 뗀 치열한 토론과 열린 소통의 방식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다면,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더 앞당길 수도 있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34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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