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전자 ‘133조’ 투자, 반도체 진검 승부…그 미래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1-22 13:23:00

심상치 않은 인텔 ‘메모리’ 공격...비메모리 '선택' 아닌 '필수'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천명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수익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그치지 않고 업계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공한다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세계 최고이자 독보적인 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다.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단순 투자를 넘어 사활을 건 셈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고점 갱신 행진을 지속 중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투자자들은 개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명 ‘반도체 슈퍼사이클’ 중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최강자다. ‘치킨게임’으로 유명한 업계 내에서 오랜 기간 끝없는 연구와 투자를 통해 수많은 경쟁자들이 쓰러지며 현 위치에 섰다. 초미세공정 부문에서는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와 양강 체제를 구축해 경쟁 상대가 없다.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은 크게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커지는 특성이 있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육성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와 이익 안정성 확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팹리스-파운드리-패키지 순서로 공정이 진행된다. 팹리스는 설계(소프트웨어) 중심이며 파운드리는 제조(하드웨어)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기술력, 생산력 부문에서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두 기업 파운드리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TSMC가 50%, 삼성전자는 18%로 격차가 크다.

그 원인은 TSMC는 순수 파운드리 업체, 삼성전자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겸하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업체로부터 설계 위탁을 받아 생산(파운드리)을 해야 한다. 하지만 퀄컴 등 설계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업체 입장에선 삼성전자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TSMC 경영 구호 중 하나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 부문 분사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삼성전자 측은 선을 그었다. 글로벌 주요 팹리스 업체들에 정면 도전을 선포하고 비메모리 반도체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객사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 생존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고 수익성도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상생’을 선택했다. 송용하 삼성전자 파운드리 그룹장은 지난해 말 “팹리스가 설계를 넘기고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5G를 선두로 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설계를 요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 내용을 마련했다. 앞서 5월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1000억원 규모 팹리스 펀드 조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주요 팹리스 업체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도 육성에 이은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1위인 인텔 행보다. 인텔은 지난해 9월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메모리 기술과 제품을 공개했다. 핵심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옵테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버용 CPU가 주력인 만큼 옵테인과 SSD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산업 변화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린 셈이다. 삼성전자가 주도적 위치에 오르지 못하면 반도체 부문에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적’이 다시 ‘동지’가 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술에서는 따라올 곳이 없지만 반도체 생태계 변화와 관련 기업 움직임을 보면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33조원 투자’는 이전에 발표한 투자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업계 판도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기간을 적극 활용해 ‘성공’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부사장 14명을 포함해 총 162명을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 절반가량인 76명은 반도체 등 부품 사업에서 나왔다. D램, 초미세공정 개발 등을 위한 반도체 기술 전문가도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반도체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에 대한 삼섬전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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