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안전하고 똑같은 MMORPG…올해도 ‘모험’은 없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2-10 11:03:00

같은 장르 줄줄이 대기, 올해도 ‘양산형 게임의 해’

‘착한 과금’ 듀랑고 실패 이후 업체들 모험 불투명

리니지M 실행 화면. [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갈무리]

게임사의 양산형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의존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기획력보다 수익성이 우선인 현실에서 다양성과 파격을 내세운 실험은 ‘야생의 땅: 듀랑고’ 이후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MMORPG는 게임업계 수익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3N(엔씨・넷마블・넥슨)은 올해 비슷한 장르에서 검증된 자체 IP(지적재산권) 게임을 활용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

시장에선 리니지 개발사 엔씨소프트 지난해 영업이익을 5000억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마케팅비 증가로 2018년 6150억원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올해는 9000억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리니지2M’을 출시하면서 기존 ‘리니지M’과 함께 매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두 게임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1, 2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2’나 ‘아이온 2’ 등 자체 IP를 이용한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MMORPG의 반복 출시다.

넷마블도 올해 ‘세븐나이츠2’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MMORPG 장르 중심으로 반등을 노린다. 시장에선 2018년 2417억원이던 넷마블 영업이익이 지난해 2100억원대로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 일본 IP ‘킹오브 파이터즈 올스타’와 ‘일곱개의 대죄’ 등 매출 하락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넥슨은 수집형 RPG(역할 수행 게임) ‘카운터사이드’로 상반기 상승세를 노린다. 수집한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상대 진영을 쓰러뜨리는 방식이다. 2017년 영업이익 8856억원을 기록한 넥슨은 2018년 9806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4일 출시된 카운터사이드는 하루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무료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게임 제작・배급 업체 게임 콘텐츠 투자・유치 현황.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국내 업체가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키우려면 특정 장르나 게임 방식에 치중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템 과금으로 줄 세우는 경쟁 체제는 게임사 입장에서 안전한 선택이다. 그나마 넷마블이 3월 ‘모바일 최초 배틀로얄’을 표방하는 ‘A3 스틸얼라이브’로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30명 중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이 작품은 2002년 출시된 기존 PC 온라인 게임 IP ‘A3’를 18년만에 모바일로 재해석했다. 2017년 펍지가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이후 해당 장르가 유행한 점도 거론된다.

외형만 보면 한국 게임은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4조2902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증가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대기업은 중견 중소 게임사에 대한 퍼블리싱 투자를 줄이고, 고사한 중소업체 빈 자리를 중국산 게임이 차지한다는 진단이다. 게임 제작・배급 업체 450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게임 콘텐츠 투자·유치 현황 조사에서 ‘투자 받은 금액이 있다’는 응답은 2017년 11.9%(53곳)에서 2018년 10.8%(48곳)로 줄었다. 투자유치금 평균은 248억5472만원에서 9억8857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놀이터 MMORPG를 내세우며 높은 자유도를 강조했다. [사진=넥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때문에 한국 게임은 체력이 뒷받침되는 주요 업체의 도전이 절실했다. 획일성을 벗어나려는 최근 시도는 2018년 넥슨이 출시한 ‘야생의 땅: 듀랑고’였다. 게임은 검과 마법, 드래곤이 기본인 기존 판타지 MMORPG를 벗어나 생존을 위한 협동에 무게를 뒀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기차 타던 현대인들이 사고로 원시섬에 남겨져 사회를 건설한다. 마법사 능력이나 전사의 근력도 없이 나약한 몸으로 수풀을 헤쳐야 한다. 대작 게임의 기본인 화려한 마을도 없었다. 사용자들이 힘을 합쳐 밑바닥부터 마을을 만들어가야 했다. 아이템 과금으로 서열화된 기존 MMORPG와 달리 소시민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요인이다.

과금 역시 능력치 대신 외형 치장 등 만족감에 치중돼 ‘착한 과금’이라고 평가 받았다. 다만 이같은 방식은 회사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높은 자유도와 규모를 볼 때 모바일이 아닌 PC판으로 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넥슨은 지난해 12월 서버 종료와 함께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PC판 배포 소식을 알렸다. 사용자들은 “양산형이 판치는 한국 모바일게임에서 어찌 보면 정말 참신했던 게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넥슨의 실패한 모험은 게임사들이 양산형 테두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은 이른바 '현질 유도 양산형'이 아닌 색다른 게임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부터 회사 운영, 업데이트와 차기작을 위한 수익성 담보 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자 직군이 중시하는 게임의 균형이 매출 전략 때문에 깨지곤 하는데 그 적정선을 어디에 둬야 하느냐는 풀지 못할 숙제가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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