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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 뚝심으로 ‘정면돌파’하나

신병근 기자2020-02-10 13:36:37
'DLF사태'에 '비번 도용' 논란 겹쳐 연임에 빨간불 금감원 중징계에도 이사회는 손 회장 절대적 지지 33년 경력 최대위기… 정면돌파 승부사 기질 발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불명예 퇴임'을 앞둔 손태승(61)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뚝심’으로 정면돌파할 수 있을지 집중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예고한 대로 오는 3월 초 손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통보가 오면 우리금융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뒤 받아들여질 경우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손 회장에게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초래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렸다. 곧이어 우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계좌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33년 금융맨' 손 회장의 리더십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회장이 “영업문화 혁신과 고객으로부터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도덕성도 시험대에 올랐다.

먼저 손 회장이 DLF 사태에 철퇴를 가한 금융당국에 맞설 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손 회장은 다음달 예정된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지만 금융감독원발 중징계 처분인 ‘문책 경고’라는 복병을 만났다.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큰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DLF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 과정에 이르기까지 불완전판매와 경영진의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게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린 결론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에 동의해 최근 결재했고 손 회장에겐 최후통첩만 남은 상태다.

우리금융측은 경영진의 중징계까지 확대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맞섰지만 금감원의 강경 기조를 꺾진 못했다. 3차례에 걸친 제재심에서 우리금융이 이른바 ‘손태승 구하기’에 사활을 건 이유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임원에게 중징계가 최종 통보되면 연임은 물론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벼랑 끝까지 몰린 손 회장은 연임을 포기할지, 금감원의 제재 효력을 중지시킬지를 두고 장고에 빠졌다.

업계는 손태승표 리더십인 ‘뚝심’이 이번에도 발휘될지에 주목한다. 손 회장은 어떠한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사안을 해결해가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도 손 회장이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장에 오르자마자 채용 면접제도를 외부위탁으로 바꾸고, 불가능할 것이라던 은행권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만 55세에서 만 56세로 임금피크제 진입시기를 늦추자는 노조와의 갈등도 진통 끝에 해결해 그룹 내에서 탄탄한 리더십을 쌓았다.

그가 어떤 현안에 대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건 면밀하고도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44세의 나이로 우리금융그룹(당시 우리은행)의 요직인 전략기획부장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번 DLF 사태는 지난 선택의 순간과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국과 각을 세워봤자 남을 게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다수의 우리금융 관계자들은 “(손 회장이) 1%의 회생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금융 이사회 역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나 여전히 손 회장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을 신임하는 대목은 손 회장의 은행장직을 이을 차기 행장 선임과정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손 회장의 중징계 등과 관련한 금감원장의 결재가 난 이후 우리금융 이사회는 회장 연임 결정을 유지하기로 공표했고, 일시 중단한 은행장 후보 선정절차를 재개할 뜻도 밝힌 바 있다.

가장 먼저 손 회장 외의 회장직을 맡을 걸출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장을 최종 선임하는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손 회장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한 결정도 결국 손 회장의 연임을 전제하고 은행장을 선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임의 걸림돌을 제거시켜야 하는 손 회장으로선 당국의 최후 통보를 받는 즉시 행정소송으로 맞서는 게 최선이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가로 정평난 그의 머릿속엔 이미 DLF 사태 대응책으로 법적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는 방안을 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회장에게 닥친 또 다른 난관은 ‘비번 무단 변경’ 이슈다. 일부 직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고객의 스마트뱅킹 휴면계좌 비번 수 만개를 임의로 변경하고 도용한 사례가 뒤늦게 알려졌다.

금감원은 DLF처럼 이번 사건도 제재심에 올릴 방침이다. 또 다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질 경우 손 회장이 느끼는 압박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손 회장은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은행장 선정 절차 재개와 더불어 지난해 사상 최대인 경상 기준 당기순이익 1조9041억원의 실적발표 등 초연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번 무단 변경건도 일찌감치 자체 감사를 벌인 만큼 큰 문제 없이 매듭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비쳐진다.

이사회를 포함 그룹 전반적으로 손 회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그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단순한 애사심을 넘어 “직원이 진정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손 회장의 경영철학도 우리금융인(人)들을 감화시키는데 부족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신입 행원들에게 서울 회현동 본점 22층의 집무실을 공개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그는 “누구나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격려로 ‘과감한 배팅’을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의 동기 부여 방식인 셈이다.

직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지키는 일환으로 평소 건강을 강조해 온 손 회장은 금융권 최고층 건물로 이름 난 우리금융 본점 건물의 비상계단 리뉴얼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계단을 이용해 본인 집무실로 오르던 중 별다른 특색이 없는 지하 6층~지상 24층의 비상계단을 백두산의 4계절과 동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벽화를 디자인하고 자연의 소리를 구현한 음향까지 더하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우리금융 직원이라면 ‘건강 계단’이란 불리는 이곳을 자사의 1순위 명물로 꼽는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전략가이면서 포용적 리더십으로 긍정적인 내부 평가를 받는 손 회장이 이번 위기를 잘 헤쳐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 회현동 소재 우리금융그룹 본점 건물.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