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화두로 떠오르는 ESG…투자결정부터 신용등급까지

백승룡 기자2020-02-13 18:03:27
국민연금, ESG 등 책임투자 강조… KB금융도 'ESG 경영' 제시 신용평가업계 "주요 ESG 이슈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에 반영" "일정 수준까지는 정부개입 필요… 환경·사회 정보공개 부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동방] '착한 투자'로 불리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투자가 자본시장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부쩍 ESG 투자를 강조하고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기업 신용평가 때 ESG 경영을 적극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가 ESG 중시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는 추세이다. 

17일 자본시장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ESG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 인프라스터럭처 및 실문자산부문은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가 10명 중 9명이 5년 내 ESG 관련 투자를 늘릴 것"이란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11월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책임투자 활성화방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국내 ESG 투자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현재 국내 ESG 관련 채권 투자 규모는 지난해 29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투자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측면에서도 ESG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채권 발행사에 대한 ESG 평가는 전문평가기관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역시 ESG를 신용평가에 접목시키거나 방법론을 발표하고 있다"며 "자사 또한 횡령이나 대규모 회계 분식, 자회사 지원 확대, 경영권 변동성 확대 등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ESG 이슈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방향과 신용평가업체들의 평가 기준이 이처럼 바뀌자 국내 산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ESG 채권 발행주체가 당초 공기업 및 금융기관에서 최근 SK에너지, GS칼텍스 등 민간기업으로 확대됐다. KB금융지주는 이달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ESG 경영'을 화두로 제시, ESG요소를 반영한 대출상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투자심사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SG에 대한 관심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확산돼 있다. 유럽에서는 기관투자자 운용자산 중 ESG 투자 비중이 50%를 웃돈다. 국내 ESG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ESG 관련 투자규모가 최근에는 전세계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가 30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ESG 투자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수준을 감안해 투자의사를 결정한다. 기업의 재무적 요소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 지속가능성 판단을 목표로 한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전세계 5대 주요시장에서 ESG 관련 투자규모는 지난 2014년 18조3000억달러 수준에서 2018년 30조7000달러 규모로 대폭 성장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반면 국내 연기금 운용자산 가운데 ESG 관련 비중은 4.1%에 그치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ESG 투자가 확대되고 시장이 활성되기 위해서는 ESG 선행 국가 사례와 같이 정부가 제도적 측면에서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를 민간시장에만 맡겨 두기에는 전반적인 기업들의 책임투자 인식수준이 아직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 및 투자를 활성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가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외부평가 기준과 자격이 있는 평가기관을 명확히 해서 발행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시장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정부 유관부서와 공적 투자기관을 중심으로 ESG 투자 관련 규제 및 인센티브 제도 도입, 기업의 ESG 관련 공시의무 강화 등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ESG 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은 ESG와 관련한 주요 비(非)재무정보가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며 "지배구조 분야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공개가 의무화된 반면, 환경이나 사회 관련 부분은 아직 미진해 기업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