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사회적 가치 '행복경영',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승부사’로 불린다. 정글과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형 거래를 이끌어내 사세를 키웠다. 풍부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최적의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이제는 기업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행복한 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주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SK그룹 미래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SK그룹에 편입됐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표류하다 주인을 만난 것이다. 당시 이 거래는 ‘승자의 저주’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치킨 게임’ 대명사인 반도체 산업을 SK그룹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굴하지 않았다. 수조원 단위 투자를 결정하고 이후 경쟁업체인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시장 예상을 깨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최태원 회장의 혜안 혹은 막대한 자금력이다. 아무리 좋은 혜안을 가졌더라도 자금력이 동원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 수많은 자금을 쏟아부어도 시장을 읽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 대치된다. 돌이켜보면 양쪽 주장 모두 맞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 판단력과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자금력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SK텔레콤은 통신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M&A를 위한 원천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주사인 SK(주) 지원없이 SK하이닉스를 품에 안았다.

SK그룹은 바이오사업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결과지만 신약후보물질을 발굴, 임상 개발, 신약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이룬 것은 국내 기업 중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은 2030년 바이오사업을 그룹 중심축으로 세운다는 목표를 2002년에 세웠다. 무려 17년이란 시간 동안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지원한 결과다.

최근 최태원 회장 발언을 보면 ‘행복’과 ‘사회적 기업’이란 단어가 주를 이룬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강조해온 것으로 이 과정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도 언급했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시대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 이익만을 쫓는 행위는 영속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기업이 사회를 바라보고, 사회가 기업을 바라보는 유기적 관계가 조성돼야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

최태원 회장은 특유의 집념으로 그룹 사세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도 늘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기업과 사회는 떨어뜨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따로 또 같이’는 그룹 경영 방침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조화 측면에서도 일맥상통한다.

‘행복’을 위해 ‘온화’만을 강조한 것도 아니다.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 기존 관행을 깨고 실행하는 패기가 중요하다”는 말은 과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태원 회장 자신이 ‘변화’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깨어있는 사고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구성원 ’행복’ 기여도가 평가와 보상 기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은 다소 막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태원 회장 행보를 보면 체감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집념으로부터 시작된 그룹 변화는 이제 새로운 막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