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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대림동, 중국동포 밀집지역인데도 확진자 '0'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진 부장
2020-02-21 00:01:00

대림동 중국동포단체들, 방역ㆍ예방 캠폐인 적극적으로 벌여…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확산될까 우려"

채현일 구청장 "상황 종료될 때까지 선제적 대응…구민 안전ㆍ지역경제살리기 총력" 강조

중국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등 이민자 인구가 많은 영등포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2월 20일 현재까지 영등포구내 확진 환자는 ‘0’명이다.

중국동포사회와 영등포구청이 나서서 선제적 방역과 예방 캠페인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구민의 건강, 생명에 대한 점은 과잉대응이 낫다’는 판단 아래 지난 달 말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매일 2-3회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지역 상황을 점검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영등포 대림동 차이나타운 일대 [사진=민주당 신경민 의원실]


◇대림동 차이나타운 ‘직격탄’· 중국동포들, 오히려 방역 더 적극적

특히 5만여명에 이르는 중국 동포 거주자와 중국인 관광객이 밀집해 있는 만큼 2-3배 더 강도 높게 방역 대책을 진행했다. 관내 1100개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90일 미만 단기체류자 숙소를 전수조사해 단체 거주에 따른 감염 위협을 사전에 차단했다.

지난 11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채 구청장, 중국 커뮤니티 리더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예방 대책회의를 갖고 협력 쳬게를 구축했다.

구는 또 등록외국인 5만8천여명에게 코로나 예방 안내 편지와 문자메세지를 발송하고, 중국동포단체들과 함께 감염병 예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구 관계자는 “오히려 더 중국 동포단체들과 점주들이 방역이나 캠페인 등 대책에 더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 중국 동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차별·혐오 정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기 위축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게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중국 동포 일자리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대림동 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3분의 2 이상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손님만큼 줄어든 매출에 ‘임시휴업’을 결정한 상점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귀한동포연합총회는 최근 소독기를 구매해 거리를 소독하는 모습을 홍보했다. 시장통에는 '불법 식육제품 및 비식용 야생동물을 팔지도 먹지도 마십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비위생적인 식습관으로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논란을 의식한 문구다.

한 중국동포 상인은 "우리도 한국 사람들과 똑같다. 중국에 다녀온 적 없고, 대부분 몇년 째 이곳에 거주해온 사람들"이라며 "가게 소독도 철저히 하고 있다. 마스크 쓰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동포단체들이 대림동 일대를 돌며 코로나 예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영등포구청]


◇영등포구, 예방수칙 정확히 알리고 철저한 선제 방역으로 총력 대응

영등포구는 보건소 1층에 선별진료상담실과 여의도성모병원, 명지성모병원 등 선별진료소 5개소를 운영해 환자를 조기 선별하고 의심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구청, 동주민센터, 보건소 등 24곳에 열감지카메라를 설치해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서 가장 많은 열감지카메라를 확보한 것도 미리 예측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이다.

손소독제, 체온계, 마스크 등으로 구성된 감염병예방키트 3만세트를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지원했다. 서울시는 이를 모범적인 선제적 대응사례로 꼽아 타 자치구에 전파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경기도에 거주하는 GS홈쇼핑 직원이 20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자, 채 구청장은 대책회의를 마친 직후 유선으로 GS홈쇼핑 본사와 연락을 취해 직장 폐쇄 등 강력한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이후 경로당, 도서관, 스포츠센터 등 구민 이용시설 348개소 운영을 중단했고, 관내 248개 어린이집에 휴원을 권고해 현재 139개소가 휴원한 상태다.

채 구청장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민들에게 예방수칙을 정확히 알리고 모든 상황을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해 구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지역 내 독거 어르신 가정에 방문해 소독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영등포구청]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제 살리기 총력…민생현장서 애로사항 청취

대구에서 불과 1-2일새 확진자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지역사회 감염우려가 높아지자, 영등포구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도 시급한 숙제다.

채 구청장은 거의 한달 간 하루도 빠짐없이 전통시장·영등포지하상가·골목상권 등 민생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관내 식당들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구청 구내식당 휴무일을 월 1회에서 월 8회(매주 화, 금)로 대폭 확대했다. 그는 매일 구청 직원들과 골목 식당들을 찾아 점심·저녁 식사를 하며 상인· 구민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SNS에 식당 방문 인증샷과 응원 메시지를 게시하는 ‘골목상권 살리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구는 중소상공인 융자지원과 지방세 세제 지원, 상반기 재정 지출 확대 등 내실 있는 경제 활성화 대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우선 업체당 3억원 이내, 연 1.8%의 저금리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육성기금을 당초 25억원에서 40% 늘린 35억원으로 확대했다. 소규모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68억원 규모의 특별신용보증대출도 마련했다. 서울 자치구 중 1위에 오른 모바일 지역화폐 ‘영등포사랑상품권’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채 구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가 우려되는 만큼 방역에 선제적으로 총력 대응하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소통과 상생으로 영중로를 변화시켰듯 이번 코로나19도 구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상생하며 극복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영등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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