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항공사 ABS 유동성·신용도 '부정적'…카드사에 영향 미칠까

김승현 기자2020-02-24 14:37:38
신용카드매출채권 비중 70% 이상…"SPC별로 모니터링 할 것"

여객 항공운임채권 기초 ABS 구조도[그림=한국신용평가 제공]

[데일리동방] 항공운임채권 기반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중 신용카드대금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이 항공 산업을 강타한 상황이어서 신용카드사의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채권 ABS는 최근 월말 잔액 기준으로 각각 1조3344억원과 76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용카드매출채권의 비중은 대한항공이 75.7%(1조100억), 아시아나항공은 71.5%(5480억)를 차지하고 이었다.

대한항공은 삼성·신한·현대·롯데·NH카드와, 아시아나항공은 신한·삼성·국민·하나·롯데·비씨카드가 계약을 맺고 있다.

신용카드매출채권 ABS는 탑승권 결제 등 미래에 발생할 매출채권을 담보로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장래에 발생할 항공운임을 담보로 하는 만큼 꾸준한 매출 발생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매출채권 회수실적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운임채권 ABS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포트에서 “국내 항공사들의 주요 매출 기반인 중국 노선의 실적저하가 불가피하고, 전반적인 항공수요 감소로 중화권 외 노선의 매출도 부진할 전망”이라며 “항공 산업의 실적 변동과 직접 연계되는 항공운임채권 ABS의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관한 우려가 본격화한 설 연휴 이후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은 평균 30%쯤 감소했다. 국내 카드회사 관련 7개 항공운임채권ABS의 신탁추심계좌 입출금 내역을 대상으로 2월 초(2주 내외) 실적 추이를 월 환산해 지난해 2월 실적과 비교한 결과다. 특수목적법인(SPC)에 따라서는 5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어 퍼포먼스 트리거(Performance Trigger)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오는 3월 말까지 중국노선 취소 수수료 면제가 예정돼 있어 회수실적 압력이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최근 코로나19의 충격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사스의 영향이 심했던 2003년 2분기에는 항공수요가 위축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1%, 14% 감소했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제공]

항공운임채권 ABS의 신용등급은 자산보유자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보다 2노치(notch) 높게 부여된다. 항공사가 ABS로 자금을 조달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해도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 일정 기간의 매출채권 창출이 가능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한항공(BBB+)과 아시아나(BBB-)의 ABS 신용등급도 'A'와 'BBB+' 수준으로 평가돼 있다. 또 초과담보 수준은 발행 시점에 자산평가기관의 추정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발행액의 5배 이상으로 설정된다.

그러나 한신평은 “코로나19 사태 여파에 따른 실적저하로 최근 초과담보 수준이 발행시점의 추정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채권에 대한 유동성·신용도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 2018년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 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ABS 조기지급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의 회계정보에 관한 신뢰성 저하, 유동성 위험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ABS의 조기지급 사유 중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하락하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 아시아나가 매출채권 등을 유동화해 판매한 ABS가 1조원이 넘어 조기지급 사유가 발동되면 발생한 이익은 모두 ABS 상환해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아사아나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ABS 조기상환 위기는 피해갈 수 있었다.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ABS에 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신평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실적 저하의 단계에 따라 제2종 수익 가지급중단, 추가 신탁 요청, 제1종 수익 조기지급의 순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통제장치가 작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적저하 수준에 따라 항공운임채권 ABS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SPC별로 차별화될 수 있다"며 "실적저하의 폭과 지속기간, 초과담보 수준의 변화, 트리거 발생여부 등을 개별 SPC 별로 면밀히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