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쇼크

② 투숙객 빠진 호텔업계, 언택트 서비스로 '숨통'

기수정 기자2020-03-05 13:50:23
평일 60%대 객실 가동률 10%대로 뚝 베이커리 등 포장고객 수요 30% 증가 뷔페 손님 텅텅…별실 예약 수요 껑충

시그니엘 델리 페이스트리 살롱[사진=시그니엘 서울 제공]

[데일리동방] "객실 이용률은 급감했는데 레스토랑 별실과 베이커리(델리) 이용 고객 수는 오히려 늘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호텔업계 내부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타인과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객실 이용과 대규모 행사는 급감했지만 별실 레스토랑이나 베이커리를 찾는 고객은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마이스 행사가 줄었고 자연스럽게 객실 이용률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대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레스토랑 별실이나 델리, 룸서비스 이용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객실 '텅텅'…‧대형 행사 발길 '뚝'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평일 기준 50~60% 수준이던 서울시내 특급호텔 객실 이용률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10%대로 떨어졌다. 객실 10개 중 9개가 빈방인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명동 호텔 객실 점유율도 20%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동대문, 강남 지역 3~4성급 호텔이 타격을 받았지만 사태가 확산하자 특급호텔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 꺼리는 내국인 불안심리가 확산하며 객실 취소는 물론 콘퍼런스·연회 등 마이스(MICE) 행사 취소도 이어졌다.

1월 23일부터 한 달간 서울 중구 A호텔 회의 취소 건수는 160건을 상회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호텔은 방역을 위해 문을 닫아야 해서 매출이 하락이 불가피하다.

​마이스는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등 각종 이벤트와 박람회 및 전시회 등을 아우른다. 회차당 참석 규모가 최대 300여명에 달해 한 번 취소하면 호텔 입장에서는 매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보다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큰 만큼 부정적인 영향 역시 오래갈 것이란 의견이다.

 

롯데호텔 델리 매출 비중도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사진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출시한 버블케이크[사진=롯데호텔 제공]

◆별실·델리 이용객 오히려 증가

호텔 레스토랑 별실 이용률이나 델리 고객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세다. 호텔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호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매출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개별룸(PDR) 예약 비중이 증가한 덕이다. 더 플라자 중식당 ‘도원’과 뷔페레스토랑 ‘세븐스퀘어’는 개별룸 예약률이 예년보다 15% 정도 늘었다. 13개 별실이 있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일식당 하코네도 별실 예약률이 증가했다.

호텔 관계자는 "별실은 함께 찾은 사람들끼리만 식사할 수 있어 감염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적은 만큼 이용 문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매장 내 이용 비중이 덜한 델리도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2월 밸런타인데이 시즌을 맞아 케이크나 빵류 포장 고객이 늘면서 매출 상승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그니엘서울 79층에 자리한 델리숍 ‘페이스트리 살롱’의 2월 매출은 지난달에 비해 약 40%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 시 약 16% 증가했다.

콘래드 서울 델리 ‘카페 10G’는 포장고객 비중이 코로나19 사태 직후 2배 증가하며 큰 타격 없이 운영 중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델리 ‘몽상클레르’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20%쯤 늘었다.

반얀트리 호텔은 2월 한 달 객실 이용률도 94%에 달했다. 명동 인근 특급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얀트리 호텔 관계자는 "객실 안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풀(pool)이 마련돼 있고 객실 수도 적어 감염 불안이 덜하다는 게 고객 평"이라며 "룸서비스까지 이용하면 먹고 즐기고 쉬는 모든 활동을 객실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고객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 로봇 '코봇'[사진=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제공]

◆호텔업계, 차별화로 매출 회복 꾀한다

간편식(HMR)으로 매출을 올리는 호텔도 있다. 워커힐호텔앤드리조트가 올해 1월부터 2월 27일까지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한 HMR '명월관 갈비탕'은 2만2000개, '온달 육개장'은 1만5000개 이상 팔려나갔다.

워커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대면접촉을 피하는 '언택트(untact)'소비 형태의 상품 판매량이 5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가 올 1월 론칭한 '모바일 편의점' 매출도 급상승했다. 객실 내 모바일 편의점 안내문 QR코드로 접속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 인공지능 로봇인 '코봇'이 객실 앞까지 구매한 물건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2월 중순 이후 이용률이 급격히 늘어 2월 초 매출과 비교 시 약 2.5배쯤 상승했다. 호텔 관계자는 "비대면을 원하는 고객이 늘면서 모바일 편의점 이용률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