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석유패권 둘러싼 '미·러·사우디' 삼각관계…유가 운명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승룡 기자
2020-03-11 18:03:07

사우디 증산 발표에 세계증시 '블랙먼데이'…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美 셰일업계 재무구조 취약…유가급락에 도산 우려 높아져

[사진=아주경제DB]

 글로벌 석유패권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9일 '블랙 먼데이'를 촉발한 것은 사우디가 대규모 증산 계획을 발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비롯됐다. 사우디는 유가하락을 막기 위해 러시아 등 산유국에 감산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미국 셰일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감산에 거부했다. 미국은 셰일업체의 성장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도약한 바 있다. 

◇ 사우디, 감산 합의 불발에 '원유 치킨게임' 나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겠다며 '비전 2030'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국가 경제에서 석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석유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자 감산을 통해 유가 방어에 나서려 했던 이유다.

비록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미국에 넘겨줬지만 사우디가 증산할 수 있는 규모는 압도적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하루 산유량을 1230만 배럴로 늘려 지난달 970만 배럴 대비 260만 배럴이나 증산하게 된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증산할 수 있는 규모는 하루 50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앞서 사우디는 미국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증산을 주도, 국제유가는 지난 2016년 2월 배럴당 20달러대로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단가는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를 높이는 것은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산유국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유가하락은 독자적으로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다.

◇ 러시아 '맞불 증산' 시사…루블화 가치 하락해 부담 작용

러시아는 유가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셰일산업에 타격을 주고 싶어한다. 사우디가 제안한 감산 계획을 거부한 배경이다. 이는 셰일오일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오른 미국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고, 그 동안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제동을 걸어온 미국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다.

사우디가 감산이 아닌 증산으로 돌아서며 러시아를 압박하자, 러시아도 '맞불 증산'을 시사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일일 50만 배럴을 증산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석유패권을 두고 사우디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결국 사우디와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유가도 회복세로 전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 철회와 함께 협의 채널 복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원유 감산합의가 무산되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것도 러시아에게는 부담요소다. 러시아는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타격이 크다.

◇ 재무구조 취약한 美 독립 셰일업계…"가장 먼저 도태될 가능성"

이번 사우디·러시아 치킨게임 속에서 미국 셰일업계는 불똥을 맞게 됐다.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은 배럴당 40달러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스 최고경영자인 스콧 셰필드는 WSJ에 "앞으로 2년에 걸쳐 증시에 상장된 에너지·석유 기업 중 절반 정도가 부도를 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셰일업계는 독립업체로 이뤄져있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500여개에 달하는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의 기업가치 대비 총부채 비율은 0.54배 수준으로, 신용등급 BBB 미만의 평균인 0.3~0.4배 보다도 높았다. 그 동안 저금리 덕에 이자비용을 낮추며 외형 확장을 넓혀왔지만, 유가하락이 지속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00억달러(약 359조원) 규모로 급여세 인하를 검토하는 등 경기부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정보 서비스업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석유를 둘러싼 현 상황은 세 사람(사우디·러시아·미국)이 눈싸움을 벌이는 경연장처럼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미국 셰일 독립업체들이 가장 먼저 눈을 깜빡여 눈싸움에서 질 것으로 애널리스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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