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VS 3자 연합, 분쟁종식 후 기업가치 제고는

이성규 기자2020-03-19 04:27:00
조원태 회장 연임 가능성↑…이사회 구성 주목 주가 이미 오버슈팅…'승자의 저주' 대비해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한진그룹]

[데일리동방]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그룹)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조 회장 연임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다만 핵심은 이사회 구성에 있다. 이번 주총 이후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진칼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가장 중요한 사안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임 여부다. 세계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서스틴베스트는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자문기구 권고안 참고를 감안하면 조 회장 연임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자문기구들은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이 각각 추천한 이사회 구성 인물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이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는지 여부에 따라 주주 표심도 움직일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 측(델타항공, 우리사주조합 등 포함)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은 36.5%, 3자 연합은 34.1%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델타항공과 4자 연합 등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면서 향후 주총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현재 3자 연합은 40.12%로 조 회장 측(GS칼텍스 포함 41.4%)과 격차를 좁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KCGS와 서스틴베스트는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때가 종종 있었다”며 “IS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권고안은 좀 더 중립적인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조 회장 연임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사회 인물 구성이 이번 주총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KCGS는 한진칼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내이사에 대해 일부 반대,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주의적 찬성을 권고했다. 3자 연합이 제안한 후보에 대해 KCGS는 모두 불행사, 서스틴베스트는 모두 찬성 의견을 내놨다. ISS와 대신지배연구소는 상대적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이다.

이사회는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여기에 속한 사내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기업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은 신규 이사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4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열고 이사진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3자 연합은 신규 이사 후보군 8명을 공개했다. 이중 한명은 자진 사퇴해 현재는 7명이다. 한진칼은 정관에 이사 수 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 조 회장 발표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최악 상황을 고려한 배수진으로 풀이된다. 이사 ‘전문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이사회 구성 인물이 항공업 등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영효율성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현재 양측 합산 지분이 80%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한 경쟁은 다소 무의미할 수 있다. 또 조 회장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임시주총 개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일부 체질 개선 등에 성공한다면 표심은 조 회장 측으로 굳혀질 수 있다. 사실상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 중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해결 과제는 산더미다. 우선 어려운 항공업황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 상황을 겪고 있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불안한 가운데 자산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 경쟁으로 주가가 이미 오버슈팅 상태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가치 제고 수단이 많지 않은 가운데 주주 불만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이전 대비 자금조달 여력이 많이 약화된 상황에서 수익성 등이 회복되지 않으면 자산매각으로 몸집을 줄이고 구조조정도 동반해야 한다”며 “현금흐름이 원활해지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글로벌 경제 등 외부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무조건 경쟁하기보다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 회장 측이나 3자 연합 모두 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