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경영’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 카드 있나

이성규 기자2020-03-24 04:27:00
국내 항공사 신용등급 BBB…정부에 지급보증 요청 자본 확충 관건…유상증자, 경영권 분쟁 격화 전망

[사진=대한한공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트리거로 작용했지만 수년간 지속돼 온 ‘부채경영’이 근본 원인이다. 시장은 부채 조달이 아닌 자본 확충을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대한항공 등 5개 국적 항공사는 회사채 발행 시 정부에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막대한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자체 신용도로는 어려운 탓이다.

국내 항공사 신용등급은 BBB급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리테일 수요 등에 힘입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큰 무리는 없었다. 항공업 경쟁이 심화로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이 그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그만큼 국내 항공사 재무구조는 취약했다. 2대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부실경영으로 매각절차를 밟고 있으며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대한항공 영업이익률 및 총자산회전율(단위:%, 배) 사진=데일리동방, 딥서치]

지난 2000~2018년 연결기준 대한항공 영업이익률 평균은 5.02%다. 이 기간 동안 최대치는 9.5%, 최저치는 -0.42%로 편차가 상당하다. 유가, 환율 등에 따라 실적도 크게 변동하지만 경영효율성도 그만큼 낮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 평균은 0.5배이며 편차는 크지 않다. 자산 활용 능력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부채비율은 240%에서 744%로 확대됐으며 2019년 3분기에는 922%를 기록했다.

총자산은 2000년 14조원에서 2018년 26조원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자본 규모는 4조원에서 3조원으로 줄었다. 쉽게 말해 부채를 늘려 외형을 유지한 것이다. 부채경영은 일명 ‘레버리지 경영’으로 불린다. 호황 국면에서는 큰 수익을 제고할 수 있지만 불황에는 취약하다.

국내 항공사들이 자금조달 방안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본격 발행한 시기는 2009년이다. 이 ABS는 향후 발생할 매출을 기반으로 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이다. 대한항공은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2008년 금융위기 발발로 영업활동현금흐름 ‘1조원’이 무너졌고 심지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급격히 늘어나는 부채로 크레딧 라인이 위축되자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에 눈을 돌린 것이다. 근본적 해결 방안은 되지 않았고 자본 규모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섰다. 영구채는 채권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이자지급 측면을 고려하면 재무구조는 안정돼도 순이익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결국 자본을 갉아먹게 된다.
 

[대한항공 부채비율 추이(단위:%) 사진=데일리동방, 딥서치]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은 ABS다.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 ABS를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에 등록했다. 향후 매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금흐름 불확실성이 높아져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ABS 발행도 막힌다면 사실상 경영을 멈춰야 한다.

ABS 발행조건은 ‘항공기 운항’이다. 매출채권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회사채와 달리 원금 상환에도 유리하다. 초과 담보 수준은 발행시점 추정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발행액 대비 5.7~6.6배로 설정돼 안정성도 갖췄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국 입국제한 등으로 탑승률은 지속 감소 중이다. 현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는 만큼 기존 ABS에 대한 조기상환 가능성은 물론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집중돼 있지만 대한항공은 근본적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ABS 발행으로 한숨 돌릴 순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특히 장기간 경영효율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유휴자산 매각, 구조조정과 함께 대규모 유상증자 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이 유증에 참여하면서 현 상황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에 지원을 요구했다는 것은 그만큼 최악 상황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대한항공 위기는 코로나19 확산 영향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부채경영을 해온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