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人터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주진 선임 기자2020-03-24 00:02:00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온라인학습, 미래교육 앞당기는 계기 창의력 요구되는 4차산업혁명시대, 서열식 대입제도부터 바꿔야 경기도내 혁신학교 초중고의 33%로 늘어…학생ㆍ현장 중심교육

[사진=아주일보 소천상 기자]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보다 더 큰 위기는 경제 위기입니다. 전 세계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단순히 감염병 사태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는 물론 한국 사회에 미칠 가장 큰 영향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육감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이제 국가가 개입하는 계획경제 아니면 경제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라든가 통화의 위축 같은 문제를 넘어 사람들의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구조와 사회도 ‘약육강식’ 성장보다는 ‘다함께 잘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포용 사회, 국가가 국민 삶을 모두 책임지는 ‘큰 정부’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 나라들은 앞다퉈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하고 대대적인 재정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독일이 각각 2500조, 10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큰 정부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육감은 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문화간 이해, 인권, 평화, 환경, 국제협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디지털정보화사회와 제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형 교육도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경기도교육청 서울사무소에서 이 교육감을 만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와 한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향후 한국 교육이 미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안은 무엇인지,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예정 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 코로나사태로 세계적 경제공황 우려...각국 '큰 정부' 지향, 경제 패러다임 바뀔 것

이 교육감은 먼저 “코로나 사태로 실제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세계경제공황을 넘어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까지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과 유럽은 이제 코로나사태 초기 단계다. 앞으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장기화될 것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감염병 방역 문제를 넘어 경제를 살리려는 국가 중심 대책과 함께 국민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자영업·소상공인 등 차상위 계층이 무너지고 있다. 당장 사람이 살 수 있게 정부가 지켜주는 것은 의무다.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육감은 “국가 도움이 필요한 취약 계층과 그 자녀들은 이미 시스템 안에서 안정된 지원을 받고 있다. 오히려 이번 코로나사태로 자영업자, 학원강사, 더 엄청난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이들 차상위계층의 자녀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주일보 소천상 기자]


◇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학습 등 미래형 교육 더 앞당겨질 것

이 교육감은 이번 코로나사태가 우리의 교육환경과 교육정책을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사태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전체 초·중·고 학생들이 온라인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우리에겐 도전의 기회에요. 전국 모든 학교가 (온라인수업으로) 얻은 하나의 경험들이 앞으로 크게 발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외국에는 학교 건물 없는 학교들이 있고, 교실이 온라인상 탭이나 노트북이 되고 있잖아요. 우리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이 교육감은 학교알림장 앱 ‘아이엠스쿨’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제공하는 코로나19현황과 대처 상황, 교육청 소식, 각 학교 프로그램과 EBS 교육프로그램 등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엠스쿨’은 대략 하루 250만명이 접속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이 교육감은 또 “매해 1-2월에 진행해왔던 1급교원·교장·기간제교사 자격연수가 코로나사태로 중단된 상황인데, 늦어도 오는 5월부터 자격연수를 시작해야 결원이 생기지 않는다. 교육청으로선 매우 시급한 현안”이라며 “이들 자격연수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육감은 올해 미래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T)분야를 수업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구글과 교사 연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아주일보 소천상 기자]


◇ 서열화·사교육을 부추기는 대입제도 바꿔야

“우리사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산업구조, 노동구조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의 개념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학년과 학급의 구분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담임교사제, 암기식 수업, 시험이 사라지게 될 거에요.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도 시험점수가 아닌 창의력, 협동능력 같은 가치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교육의 방향과 목표, 방식, 내용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 교육감은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서열화다. 학생과 대학을 서열화하는 수능제도는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고, 유치원 때부터 대입을 준비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 교육감은 집단 감염 우려를 무릅쓰고 경기도 내 학원 70%가 개원을 강행한 것도 입시 경쟁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초조·불안감이 투영된 결과라고 봤다.

그는 “일각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제도를 일부 개선하거나 정시·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기는 대입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외고, 자사고, 특목고, 영재고 등은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은 5%의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95%의 나머지 아이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성적·경쟁·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은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학생 중심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삶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

햇수로 7년째 경기도교육을 이끌고 있는 이 교육감이 내세운 다양한 교육정책도 모두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학생이 행복한 학교는 그의 모토다. 이미 나와 있는 답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삶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의 본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육감은 “그동안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을 통해 학교 문화를 바꾸고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고자 노력했다”며 “혁신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수업시수, 교과 선택 등 학교운영에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토론, 체험 등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9시 등교’, ‘상벌점제 폐지’, ‘야간자율학습 폐지’, ‘꿈의학교·꿈의대학’ 등이 대표적인 학생중심·현장중심 정책이다.

2009년 13곳에 불과했던 혁신학교는 2020년 3월 1일 기준으로 총 801교(초 468교, 중 246교, 고 87교)가 운영되고 있다. 도내 전체 초·중·고 2,396교의 약 33%에 해당하는 숫자다. 또 모든 학교에 혁신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혁신공감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혁신공감학교에 1,584교(초 817교, 중, 387교, 고 380교)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혁신학교를 제외한 전체 대상학교 1,595교의 99.3%에 해당한다. 경기도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이거나 혁신공감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또 6개 지자체에서 출발한 혁신교육지구를 30개 지자체로 발전시켰다. 이제는 시군마다 혁신교육포럼을 만들어 지역사회가 학교와 함께 혁신교육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기존 교육의 틀을 벗어나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인 고교학점제를 교육부보다 3년 앞서 2022년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기준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학교가 정해준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해온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도내 124개교에서 올해는 이보다 105개교 늘어난 229개교를 운영한다.

 

[사진=아주일보 소천상 기자]



◇ 교육자치의 궁극적 목표는 학교민주주의·학교자치

이 교육감은 “혁신교육 10년을 통해 앞으로 교육의 길을 ‘존엄, 정의, 평화’를 실천한다는 가치를 정립했다”며 “이러한 인식으로 교육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희망’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희망’으로 가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학교민주주의와 학교자치가 실현돼야 하고, 이는 ‘교육자치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학교민주주의와 관련해 경기도는 2014년 개발한 민주시민·평화시민·세계시민 교과서를 통해 학생교육을 진행해왔고, 도내 31개 시군에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지역학생자치회, 청소년교육의회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직접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 민주주의 지수는 2015년 71.4에서 2019년 79.7까지 상승했다.

이 교육감은 또 “경기도는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일례로 학생과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교장공모제, 학교주도형종합감사제 운영을 꼽았다.

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일방적으로 정책을 하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각급 학교가 맞춤형 기본계획을 짜서 교육청에 건의하면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상향식’ 학교 자치를 지향하고 있다r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육감은 남은 임기에 꼭 이루고자 하는 과제는 “‘학생이 행복한 학교’뿐 아니라 ‘선생님이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교사가 자유롭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고 교육가족 모두가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할 때 아이들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행복한 학교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