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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세먼지 줄인다면서...더 나오는 러시아 저열량탄 수입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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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선임기자
2020-04-14 06:25:53

발전사들, ‘유황 0.4%이하 석탄만 사용해 비용 10% 상승..부담 늘었다’

[표=데일리동방]


[데일리동방= 주진 선임기자, 김동현 기자] 한국전력 산하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 5개 발전사가 연간 사용하는 석탄 규모는 약 8000만t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4조7000억원정도다.

전력단가에서 연료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해 발전사별로는 연료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발전사들이 러시아 사할린 저열량탄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부발전 연료총괄부 관계자는 “사할린탄은 핵심 저열량탄 공급원인 인도네시아, 미국 대비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훨씬 가까워 수송비가 저렴하고 비상시 단기간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전 5사가 도입하는 사할린 저열량탄은 광산업체 엠코(Emco)사가 운영하는 단일광산에서 도입하기 때문에 품질이 균질해 발전소 연소 담당자들이 선호하는 탄종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인니탄보다 회성분 높은 사할린탄 왜 사용하나

석탄은 수분과 회 성분 등의 함유량에 따라 고열량탄(발열량 5000kcal/kg~6000kcal/kg)과 저열량탄(5000kcal/kg미만)으로 구분되는데, 저열량탄은 상대적으로 열량이 적은 대신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발전사들은 주로 호주에서 고열량탄을, 인도네시아에서 저열량탄을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낮은 가격과 운송 편리 등을 이유로 러시아 사할린 저열량탄 수입을 늘리고 있다.

저열량탄은 열량이 낮고 수분이 많아 질척이고 회분이 많아 석탄의 수분을 줄이거나 회 성분을 없애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사할린 저열량탄은 회분이 15%이상으로 높아 고열량탄과 섞어 연소시킬 경우 인도네시아 저열량탄(회분 4~10%)보다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사들은 보통 고열량탄과 저열량탄을 섞어 사용하는데, 저열량탄은 고열량탄과 비교해 황이나 회 등 유해성분 함유량이 많지는 않지만, 발전소가 정격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고열량탄만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탄을 사용해야 해서 석탄재 양 등이 많아진다. 그 과정에서 남은 회분이 굳어 보일러 내에 클링커(clinker)를 형성하고, 배기가스 유량이 증가해 보일러가 파손되거나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발전사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에는 전기집진기와 탈황·탈질 설비가 설치돼 있고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미세먼지와 유해물질만 배출하도록 돼 있다”며 “저열량탄 사용을 늘린다고 환경적으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국제 유연탄 가격 하락으로 저열량탄과 고열량탄의 가격차가 좁혀지면서 저열량탄의 경제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도 굳이 사할린 저열량탄 도입을 확대하겠다는 5개 발전사들의 방침도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유연탄 가격이 톤 당 100달러 이상일 때는 인도네시아산 저열량탄 가격이 호주산 고열량탄 대비 30~40% 저렴했다. 하지만 유연탄 가격이 50달러 대로 하락하면서 저열량탄 가격이 고열량탄 대비 80%까지 높아졌고,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면서 저열량탄의 가장 큰 매력인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성남시분당갑)은 지난 2018년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발전연료를 6000kcal/kg 이상인 고열량탄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정한 기준치 이하의 발전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사업자에게는 과징금을 부과해 미세먼지 저감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발전연료를 발열량기준 6000kcal/kg 이상인 고열량탄으로 전환할 경우 미세먼지를 7~1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열량이 더 좋은 유연탄을 사용해 열효율이 1%p 증가하면 연료를 10%p 적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만 반영한 것으로, 2차 생성물질인 황산화물(SOx)와 질소산화물(NOx)까지 반영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발전사들은 “고열량탄만 구매할 경우 조달 자체가 불가능하며, 정부가 요청하는 평균 유황분 저감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봄철 미세먼지 최대 43% 저감 대책으로 국내 석탄발전소들이 유황 함량 0.4% 이하인 석탄만 사용하도록 했다.

중부발전은 “발전 5사 주요 석탄화력 설비의 유황분 사용가능 규격은 Max 1.0%이지만 실제 구입하고 있는 탄종 전체의 평균 유황분은 0.4% 수준”이라며 “만약 저열량만을 구매하지 않고 고열량탄만 구매한다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라고 밝혔다.

6000kcal/kg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t당 90~95달러 수준인데 반해 4800kcal/kg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가격은 t당 40~50달러에 불과하다. 가격차이가 거의 2배에 달한다.

김병관 의원실에 따르면 5개 발전사가 사용하는 발전연료 전부를 고열량탄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2278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발전사들은 비용 부담이 늘어 결과적으로 전력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기업·한국 대기업과 장·단기 계약 맺고 사할린탄 수입 =

5개 발전사들이 수입하고 있는 사할린 저열량탄은 러시아 엠코(Emco)사의 광산에서 채굴돼 일본기업 소지츠(Sojitz)사와 삼성물산 2개 업체가 이 석탄을 수입, 공급하고 있다.

소지츠사는 지난 2016년 사할린지역에서 석탄 채굴 능력 증가 프로젝트와 Shakhtersk 항구를 통한 석탄 선적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단순히 채굴뿐만 아니라 1km 근해 계류장 건설을 통해 항구 인프라 현대화사업까지 투자하며 운송능력 증대를 통한 원가절감까지 도모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지츠는 광산에서 채굴하는 석탄의 일정부분에 대한 판매권리를 취득했고, 이를 국내 발전사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

동서발전이 소지츠사로부터 사할린탄을 국내 최초로 도입, 한국 시장의 활로를 열어줬다. 이후 남동, 동서, 서부 발전은 소지츠사를 통해 직접 석탄을 구매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인 삼성물산도 엠코 광산의 석탄을 국내 발전사인 중부, 남부발전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엠코 사의 광산에서 채굴해 공급하고 있지만 입찰을 따로 진행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일본기업과는 관련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아무래도 석탄의 경우 원자재에 속하고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운송료가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 사할린탄을 발전소 입장에서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은 우리 동포들의 한이 맺힌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농민 수십만 명을 본인과 가족의 동의 없이 징용해 사할린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시켰다. 전쟁 말기 일본 열도로 석탄을 실어내지 못하게 되자 이들은 다시 큐슈 등 일본 본토광산에 분산해 강제노역하게 했다. 일본이 패전했지만 이들 징용 광부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 사할린과 일본에 남아 모진 삶을 버텨내야 했다.

사할린 동포들에 대한 보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상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할린 광산에서 채굴된 일본기업의 석탄을 한국 공기업인 발전사들이 석탄을 수입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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