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에도 항공기 매각은 없다"

백승룡 기자2020-04-23 04:07:00
"항공기는 최후 보루…수요 회복 대비해야" 美·獨 등 잇따라 여객기 매각…'세일 앤 리스백' "내년엔 회복될 것…그때까지 버티기가 관건"

[사진=대한항공 제공 ]

[데일리동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항공업계가 하나둘씩 항공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금을 확보하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국내 항공사들도 항공기 매각이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기는 최후의 보루"라며 난색을 표했다.

◆유증·자금수혈 속에도 항공기 매각은 '최후의 보루'

국내 항공업계는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90% 이상이 운행을 멈춘 상황에서도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정비가 지출되면서다.

대한항공은 이달 혹은 다음달 내로 보유한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1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했던 1조6000억원은 이달까지 모두 소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 여객기 매각만큼은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항공기는 최후의 보루"라며 "코로나19 국면이 해소되고 다시 항공수요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80여대 중 운용리스·금융리스 등 리스 항공기 비중이 70% 수준이다. 전 세계 항공사의 리스 항공기 비율(약 50%)을 이미 훌쩍 뛰어넘는 탓에 추가적인 리스전환은 오히려 재무구조를 한계치로 끌어내릴 우려가 높다. 차선책으로 리스계약 해지 등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수익성을 막아 독이 될 수도 있기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정에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던 채권단 측도 리스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리스계약 해지도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개별 회사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자구안을 도출해내는만큼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언급하지 않은 리스계약 해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 항공사, 줄줄이 항공기 매각나서…"항공수요 단기간에 회복 어렵다" 판단

국내 항공업계와 달리 해외 항공사들은 하나둘씩 '항공기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항공기 22대를 매각해 재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쌓여가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미국 재무부가 항공업계에 250억달러(약 30조8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유나이티드항공도 49억달러(약 6조500억원)을 받게 될 예정이지만 이 같은 지원금 만으로는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항공도 에어버스321 5기에 대해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청산 가치는 3700만달러(약 455억원)로 알려졌다.

앞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도 지난 7일 항공기 40대를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항공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도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 2월 항공기 38대를 매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업계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조언한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는 "항공기 1대를 매각하면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기에 항공기 매각은 항공업계가 위기상황에서 종종 택하는 선택지"라면서도 "항공사에게 항공기는 공장과도 같은 개념이기에 매각 문제를 쉽게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현재 상황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위기로, 항공수요가 연내 회복은 어려워도 내년쯤 되면 복원이 될 것"이라며 "분명 저멀리 끝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그 시점까지 유동성 위기를 견디고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