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Q 어닝, 좋은 기업ㆍ나쁜 기업ㆍ이상한 기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5-03 12:34:00

​코로나19, 기업 경역 능력 시험대

1Q 양호ㆍ2Q 타격...대응 여부 관건

[사진=삼성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기업 실적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 향후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현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 못하는 기업, 할 수 없는 기업 등으로 구분된다. 단순 실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와 산업 트렌드가 바뀌면서 각 기업별 ‘흥망성쇠’에 이목이 쏠린다.

국내 상장기업들은 지난달 하순경부터 1분기 실적을 발표 중이다. 실적 발표 시즌이 되면 투자자들은 그 수준과 컨센서스 일치 여부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말 계약 등이 일부 반영된 탓이다. 전년 대비로는 대부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은 2분기 본격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유가급락, 코로나19 ‘쓰나미’ 가중 우려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1분기 4872억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포석 중 하나다. 문제는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은 원유가격 급락으로 재고 관련 평가손실, 정제마진 축소 등에 있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들이 경쟁적으로 증산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OPEC이 일부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유가는 예전처럼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연구원은 “증산한 원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면 상황을 알 수 있다”며 “저장고가 모자라 바다에 유조선을 띄워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재고 소진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이 제한된 탓이 크다”며 “상황이 소강되면 이전과 같은 활발한 움직임이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원유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이동’ 관련 산업으로 여행, 운송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산업이 코로나19 사태 최대 피해지로 꼽히는 이유다.

사람들은 재택 근무 등을 중심으로 언택트 산업과 소비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물론 사람이 이동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운송 등 물건 이동이 많아지면서 에너지 수요를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반쪽자리 ‘개선’일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S-Oil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역시 재고 평가손실이 주된 요인이다. 현대공업지주와 S-Oil은 유가가 이미 크게 하락하면서 2분기 재고 평가손실 우려가 크지 않지만 부진한 정제마진이 지속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지주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1.7% 급증했다. 고부부가치선 비중 확대와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영향이 컸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척당 가격이 높은 선박 비중이 늘면서 조선부문 매출이 확대됐다. 다만 일회성 요인인 체인지오더가 사라지면서 물량 감소로 인해 매출은 감소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어느 때보다 중요

삼성전자와 LG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4%(6조4473억원), 21.1%(1조904억원) 상승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서버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사업이 선전했다. LG전자는 가전분야가 실적을 이끌었다. 물론 향후 호실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침체가 심해지면 어떤 산업이든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4% 급감한 8003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마찬가지로 서버 수요 증가가 이익 하락폭을 줄일는데 일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는 우려와 달리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 오른 8638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유럽 등 자동차 주요 판매시장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실적 개선은 환율 효과와 미국 합작법인(JV) 앱티브에 대한 현물출자분이 반명된 탓이다. 앱티브 관련 일회성 이익을 제거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7528억원이다.

이렇게 보면 ‘순수한’ 현대차 실적은 부진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기아차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2%(4445억원) 급감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 각지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영향도 있지만 두 기업 실적 편차가 크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양사의 신차 효과, 지역별 매출 차이는 있지만 이는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은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충당금 환입금 기저효과와 앱티브 관련 매출에서 나왔다. 모두 일회성 요인이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현대차가 ‘미래사업’ 관련 기아차 대비 유리한 고지에 있다.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3인방(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중 기아차를 제외하고 자사주를 매입한 점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업체 부진 여파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6.9% 줄어든 3609억원에 그쳤다.

정의선 부회장이 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영업이익은 5.2% 증가한 1949억원을 기록했다. 완성차 물량 감소는 3월 중순 이후 본격화해 코로나19 사태로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잠정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가장 놀라운 곳은 GS리테일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4.7%(888억원) 폭증했다.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각 사업부 차별화는 물론 언택트 소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생활밀착형 사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경영을 잘하고 운도 좋은 기업, 경영만 잘하는 기업, 운만 좋은 기업, 경영을 못하고 운도 없는 기업 등이 있다”며 “사회적 변화가 크게 일어날 때 업계 지도가 완전히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경제와 산업 변화가 각 기업 흥망성쇠를 결정했다면 현재는 코로나19 사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업별 경영능력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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