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주ㆍHDC 주도 ​항공업 M&A, 시장 재편 아직 멀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5-02 09:58:03

제주항공, 이스타 잔금 납입 연기…HDC, 아시아나 주식 취득 예정일 변경

공급과잉 해결돼도 부채경영 불안 여전…영원한 '승자의 저주' 꼬리표

국내 항공사 11개, 인구 6배 많은 미국 항공사 4개…국내외 경쟁 과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와 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항공업은 ‘이동 제한’ 여파로 그 충격이 바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내 항공업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공급과잉과 부채경영으로 매크로 변수에 취약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을 통제해도 레버리지 경영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남는다. 코로나19 사태가 그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M&A를 통한 시장 재편에 의문이 지속되는 이유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로 예정된 이스타항공 인수 일환인 주식대금 잔금 납입을 연기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기존 30일)을 변경했다. 정확한 일자는 공시하지 않았다.

두 항공사가 내놓은 명분은 해외 주요국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은 국제 정세, 유가 등 매크로 변수에 취약하다. 소위 말하는 ‘가치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여객수는 급감하고 기업 경영은 어려워진다.

M&A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항공사는 해당 기업은 물론 각 나라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그 가치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상징성’보다는 여객수 증가 등으로 가치가 변한다”면서도 “비대해진 덩치만큼 외부 변수에 더 취약해져 과거 대비 매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항공업은 대형항공사(FSC) 2곳과 저비용항공사(LCC) 9곳 등 총 11개 기업이 있다. 인구수 기준 우리나라보다 6배 많은 미국은 4곳에 불과하다. 미국 항공사들은 내수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 항공사들은 대부분 해외 여행객 수요에 의존한다. 쉽게 말해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항공사들과도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문제는 따로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한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끌어와 경영을 한다는 점이다.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객기 공급조절도 제한돼 시장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다.

현금유입이 제한되면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급에 머물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시장 신뢰가 중요하지만 사실상 투자등급 턱걸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그간 여타 회사채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자금조달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회사채는 물론 매출채권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한 조달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증권사에서 ‘탄탄한 리테일 수요’라며 항공사 회사채 투자를 권유한다”며 “채권 발행시장은 적격기관만 참여(개인 참여 불가)하기 때문에 리테일로 넘어가는 건 그만큼 불안한 투자 대상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A를 통해 국내 항공업 공급과잉을 해소해도 해외 경쟁사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부채 감축이 쉽지 않고 외부 변수에 너무 민감한 산업으로 향후 전망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국내 항공사들에 총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동성 불안은 해소되겠지만 일시적일뿐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형자산투자를 배제한 항공사들의 월평균 현금유출액은 대한항공 8800억원, 아시아나항공 4900억원, 제주항공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월평균 현금유출액 대비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2019년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 포함)은 대한항공 1.2배, 티웨이항공 1.5배, 진에어 4.1배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진에어 조차 4개월밖에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0.15배에 불과해 단지 며칠조차 버티기 어렵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책은행의 항공사 지원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현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구조조정 이후를 기대하지만 이미 시장을 재편한 미국 항공사들도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이후 생존한 항공사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또한 단기적인 시각일 뿐 레버리지 경영과 협소한 사업포트폴리오, 유가·환율 완충 능력 부재 등 근본을 개선하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는 평생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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