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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초대 공수처장, 수사 능력보다 정치적 중립성 가장 중요"

주진 선임기자2020-05-19 06:00:00
내달 추천위원회에 공수처장 후보 4명 추천…거대여당, 칼자루 쥐겠다는 생각은 위험 임기 2년째 변호사 사회 개혁 총력…개혁위 출범 후 개혁작업 진행중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변협 회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

[데일리동방] “고위공직자수사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제도로 제대로 운영된다면 우리 사회를 청렴한 사회로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수처를 흔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찬희(55·사법연수원 30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초대 공수처장의 조건으로 들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 수사능력, 정의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7월 역사적인 첫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 수장 추천권을 가진 대한변협의 선택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협은 전국 회원들로부터 추천 받은 공수처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을 실시했으며, 다음 달 예정된 상임이사회에서 최대 4명을 후보로 선정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회에 설치되는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여당 추천 인사 두 명, 여당 아닌 원내교섭단체 추천 인사 두 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원 7명이 각자 후보를 추천하고, 추천위원 6명 이상이 찬성하는 최종 후보 두 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한다. 공수처장 임기는 3년이다.

◇초대 공수처장 조건은 '정치적 중립성'…적합한 후보 신중하게 추천

이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대한변협이 가장 중립적인 기관이고, 회원 중에서 공수처장이 임명될 것이기 떄문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만큼 신중하고도 엄격한 절차를 거쳐서 가장 적합한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가 과거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받는 검찰의 재연이 되어서는 안된다. 공수처를 통해 여당이 새로운 권력의 칼자루를 쥐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착각”이라며 “공수처장의 임명에 있어서는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범국민적 화두인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권력은 분산될수록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된다. 수사권도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는 공수처, 기소와 특수사건 수사는 검찰, 일반 형사사건 수사는 경찰로 분리하는 것으로 법률적으로 정리됐다”면서 “검경수사권 조정 역시 어떻게 운용해야 국민을 위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지를 보완하는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위헌적인 법률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권한은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법제사법위원장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의회민주주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20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야당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


◇"변호사 사회 내부 개혁부터" 변호사 사회 개혁·직역 수호 위한 개혁위 설치

이 회장은 지난 해 2월 국내 최대 변호사 법정단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제5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 2년째를 맞은 그는 올해 목표로 변호사 사회 개혁과 직역 수호 등 개혁을 내세웠다. 대한변협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변호사상을 재정립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법조삼륜의 다른 두 축인 법원과 검찰에 대해서는 개혁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오면서 막상 내부 개혁에는 눈감아왔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여러 영역에 걸쳐 개혁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변호사 수가 너무 많아져서 일정한 생계보장이 안 되는 변호사들도 생겨났고, 그러다보니 법조계에 사건브로커, 법원과 검찰 로비, 전관예우 폐해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변호사의 일탈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귀결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던 전관예우 폐해와 관련해서는, “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니라 궁박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의 피눈물 나는 사정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범죄”라고 못 박았다.

다만 이 회장은 “전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매도해선 안 된다. 전관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하되 지나치게 과도한 수임료를 받는 것을 제한하는 방법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평생법관제’를 도입하거나 정년퇴직 이후 상임조정위원이나 소외지역 원로법관으로 봉사할 기회를 제공하고, 검찰 역시 퇴직 후 형사조정위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꼽았다. 전제 조건은 생계보장을 위한 급여 현실화다.

◇"수술 잘한다고 의사 아닌 사람에게 몸을 맡기지 않아" 직역 갈등 문제, 원칙으로 해결해야=

그는 변리사, 세무사 등 직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 “유사직역의 문제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이제는 이를 청산하고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협상의 여지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일제의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 시스템으로 법조인 숫자가 극소수로 배출돼 선진국에서는 당연히 변호사가 처리해야 할 각종 법률사무를 보충하기 위해 유사직역이 만들어졌는데, 2009년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많은 수의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유사직역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본래 자신들이 할 수 없었던 각종 소송 대리를 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법률전문가에게 신체·재산권을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수술을 잘한다고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몸을 맡기진 않는다”며 “우리 국민들도 법조유사직역에 의한 불완전한 법률서비스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처럼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 즉 변호사의 위상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 관문인 로스쿨을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과제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법을 가르쳐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도록 하자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학원처럼 변질되어 버렸다. 이는 원칙 없이 임시방편으로 로스쿨제도가 10년 넘게 운영되었기 때문”이라면서 “매년 100명 내외의 합격자 증감을 놓고 변호사회와 로스쿨들이 대립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로스쿨을 제대로 평가해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로스쿨생들이 더 좋은 로스쿨을 찾아 자퇴한 경우 그 결원을 보충해 연명하게 만드는 결원보충제와 같은 임시방편적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변협에서는 로스쿨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 순위를 매겨 국민들과 수험생들에게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


◇공익소송에서 패소자에게 과도한 비용부담…국민의 재판청구권 제약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과제는 ‘남북간 변호사의 교류’다.

이 회장은 남북 간 변호사 교류의 필요성에 대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전제가 되는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통일은 예고 없이 한 순간에 다가올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면서 “임기 중에 반드시 남북 간 변호사들의 교류의 물꼬를 트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법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법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북한법과 통일법에 관심이 많다.

취임 후 최대 성과로 꼽힐 정도로 공들여 유치한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총회에 북한 변호사를 초청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당시 유엔의 북한제재와 남북미 관계 경색으로 불발됐다고 그는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취임 이후 변호사와 피고인을 위한 변론권 강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법원· 검찰· 경찰 등을 비롯해 우리 사회 각 분야를 넘나들며 소통과 협조를 통한 상생 행보를 이어왔다.

대법원과의 관계에서도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면서 변협의 법관평가를 법관 인사에 반영하는 작업을 추진했고, 하급심판결문의 전면공개, 형사사건의 전자소송화 시범실시 추진 등을 이뤄냈다.

이 회장은 또 공익소송에 패소자부담주의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고 공평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사회제도 변혁, 인권 실현을 위한 공익소송은 대체로 주류적 법률해석, 판례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소송이다 보니 승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러한 공익소송에서의 과도한 소송비용 부담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공익 소송 시도조차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변협은 지난 1월 8일 '공익 소송 패소자 부담 공평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고, 변협 산하에 프로보노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변협, 코로나19·디지털 성범죄 등 사회문제에 적극 나서

변협은 코로나19 대응,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결 등 최근 우리 사회의 현안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즉시 변협에 코로나19 법률지원TF를 발족시키고,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 Q&A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변호사단체가 주도해 코로나19 법률지원 Q&A집을 발간한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로, 벌써 이 책을 번역해 자국법에 맞게 활용하는 국가가 생겼을 정도다.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재발 방지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변협 산하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는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들을 개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성적 영상물 거래·유포 등 범죄에 대해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범죄수익이 보다 원활하게 환수될 수 있도록 징벌적 손배제도 등 환수장치를 마련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현재 성폭력범죄와 관련 규정이 형법, 아동·청소년 성보호 법률,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피해자보호와 정보보호 등등 법률전문가들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법률이 많고 각종 부수처분 등이 복잡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모아서 종합적인 단일 법률로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건강한 변협을 만들겠다면서 “화합을 위해 주어진 모든 선택에 있어 회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


◆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1965년 충남 천안 출생 △용문고·연세대 법학과 졸업·동대학원 석사 학위 취득△사법연수원 수료(제30기)(2001)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2007) △스폰서검사사건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2010)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위원장(2013)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2017)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 위원(2017) △서울중앙지방법원 총괄조정위원(2017) △한국헌법학회 부회장(2018) △한국부패방지법학회 부회장(2018~현재)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2019~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