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사 이틀만에 급히 떼어낸 이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5-27 18:01:03

법원, ‘한국테크놀로지’가 낸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일부 인용

집행관 오기 전 건물서 사명 떼어낸 흔적만 남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직접 영업 안 한다” 이의 신청

한국테크놀로지, 위반금 매일 지급 ‘간접강제신청’ 예정

27일 오후 경기 판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건물에 붙어있던 사명이 떼어져 있는 모습. 해당 사명은 법원 집행관이 도착 하기 전부터 지워져 있었다. [사진=이범종 기자]

초조한 기색의 대기업 홍보팀장이 기자들에게 명함 한 장 주지 못한 채 회사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명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꺼내선 안돼서다. 이유는 ‘상호 사용 금지 등 가처분’ 강제집행.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경기도 판교 신사옥 이전 이틀만인 27일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집행관은 이날 오후 2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입주한 판교 본사에서 상호 제거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집행관은 이날부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회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HANKOOK TECHNOLOGY GRUP CO. LTD’ ‘HANKOOK TECHNOLOGY GRUP’이 표시된 간판과 거래 서류, 선전 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를 보관한다. 이제 이 회사 임직원은 영업 목적으로 회사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강제집행은 회사가 쓰는 4·8·9층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해당 내용을 알리는 고시는 9층에 붙었다. 고시가 붙은 곳은 대표이사실로 추정된다.

건물 출입구 양측에 붙은 층별 안내에는 기다란 빈칸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4층과 8층 안내 부분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글씨가 벗겨진 흔적만 남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영업목적 사용 금지

코스닥 상장사인 IT회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지난해 11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낸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은 이달 15일 인용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우라옥 부장판사)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관련 상호를 영업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일부 인용 결정했다.

옛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해 5월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와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명을 각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꾸었다. 이에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 침해라며 같은해 11월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회사는 1997년 7월 비전텔레콤으로 시작해 2012년 3월 현재 상호로 바꿨다. 건설과 자동차 전장품(전기가 동력원인 장치), ICT(정보통신기술) 사업, 샤오미 스마트폰 국내 유통 등을 한다. 법원은 채권자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호를 8년째 사용중인데다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한 지 2년 5개월이 넘은 점, 유가증권시장과 거래처에도 이름이 쓰이는 점 등을 결정 이유로 들었다.

이 때문에 법원은 두 회사가 상장된 시장이 다르다 해도 주식을 거래하는 일반인이 혼동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코스닥,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코스피에 상장돼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 관련 주식 종목 게시판에 상대방 뉴스가 잘못 게시되고, 기사와 블로그 등에서도 양사 정보가 뒤섞이는 혼란도 있어왔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뉴스화면을 보여주며 “저희와 관계 없는 뉴스가 회사 이름으로 보도된 10여건 사례를 (가처분 신청 때)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과거 상대 측 대표 구속 뉴스도 많이 공유돼 저희가 손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경기 판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신사옥 건물 9층에 상호 사용 금지 등 가처분 강제집행을 알리는 고시가 붙어있다. [사진=한국테크놀로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간접강제신청” 맞불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번주 가처분 인용에 이의 신청할 예정이다. 상호 변경 전부터 법리 검토를 마쳤고 지주사 역할과 직접 영업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테크놀로지와 한국은 보통명사 아니냐”며 “저희가 (상호 변경 전) 많은 검토를 했다”고 말했다. 기존 한국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있다는 점을 알았지만 법리 검토 결과 사업 범위가 달라 문제 없다고 결론냈다는 설명이다.

한국테크놀로지가 본안소송이 아닌 가처분신청을 한 이유는 대법원 판결까지 3~4년을 내다봐야 하는 소송 기간 때문이다. 법원 판단에 6개월 걸린 이번 가처분 신청은 기간이 짧아도 효력이 바로 발생하는 점을 고려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상호를 계속 사용할 때를 대비해 매일 일정액수를 위반금으로 지급케 하는 간접강제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 경우 위반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전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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