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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人] 김승환 한국어정보학회장 “남북 4차산업 소통, 말모이·키보드 통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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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人] 김승환 한국어정보학회장 “남북 4차산업 소통, 말모이·키보드 통일 먼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6-22 16:22:52

남북 자판 배열 다르고 워드 호환 불가로 기계적 소통 불가

자연어 처리 통일 위한 한반도 전역 방언 모으기 필요

남북 정보 교류, 정부 결단으로 해결…공무원 전문화도 필요

김승환 공주대 전기전자제어공학부 교수가 19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개성공단이 뿌연 먼지에 가려진 16일은 북한이 남북 교류 앞날을 선명히 보여준 날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진 직후 멀어진 ‘첫 단추’를 절감한 분야는 한두 곳이 아닐 터였다. 특히 언어 중심 기술표준 통일을 준비해온 한국어정보학회는 4차산업혁명기로 이어지는 ‘디지털 분단’의 상흔이 안타깝다. 공주대 천안공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김승환 학회장은 “기계를 통한 소통의 첫 단계는 키보드인데, 남북한은 배열부터 다르다”며 한민족 언로(言路)의 일원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10월 창립 30년을 바라보는 학회는 2018년 8월 이후 북한과 공식 석상 교류가 멈췄다. 당시 중국 길림성에서 열린 ‘제1회 조선문 정보처리 기술 국제 학술회의’에는 미국과 중국, 남북한 학자들이 모여 클라우드와 음성인식 등 기술 표준 개발 연구 소식을 나눴다. 그해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과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영향이다.

상황은 2년 만에 뒤집혔다. 학회 설립 목적은 한국어 정보화·세계화·표준화다. 하지만 그 초석인 남북한 기술표준 확립이 또 다시 먼 일이 됐다. 6G 개발이 한창인 상황에서 남북한은 지금도 키보드 통일조차 못 하고 있다. 한국어 표준 자판 맨 윗줄은 ‘ㅂ ㅈ ㄷ ㄱ ㅅ’ 순서로 나열된다. 반면 북한은 같은 자리에 ‘ㅂ ㅁ ㄷ ㄹ ㅎ’이 새겨졌다.

“정치적인 상황을 떠난 민족의 과제가 바로 한글 키보드 표준입니다. 4차산업혁명기에도 소통의 첫 단계니까요. 표준화 작업을 남북한이 동시에 해야 기계 간 호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워드 프로세서 문제도 있다. 남북한 워드 주권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은 한글과컴퓨터 ‘아래아 한글’과 북한의 ‘창덕 워드프로세서’다. 현재 각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문서는 서로 열어볼 수 없다. 프로그램 코드값이 달라서다.

한국과 북한의 디지털 분단은 곳곳에 진행중이다. 인터넷 주소 끝부분도 ‘kr’과 ‘kp’로 다르다. 디지털TV 방송 방식도 한국은 미국·캐나다·멕시코처럼 ATSC 방식을 쓰지만 북한은 DVB-T 방식이다. 전화번호 국번도 서로 겹친다. 독일은 통일 비용의 10%를 기술표준 해결에 사용했다. 통일 이후 구 동독지역 표준과 제품을 전수 조사하는 데 20년 가까이 걸렸다. 옛 동독 표준과 제품을 국제 수준으로 끌러올리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김 학회장은 국내 1세대 인공지능(AI) 박사다. 1991년 광운대에서 ‘패턴인식을 위한 Hopfield 신경회로망 모델의 구현’ 논문을 썼다. 하드웨어 성능이 뒷받침 되지 않아 침체기를 걷던 AI에서 오히려 미래를 봤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이후 전성기를 맞은 AI는 남북한 자연어 처리 기술의 미래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대답은 ‘말모이’다. “남북한 자연어 처리 통일을 하려면 강제로 표준을 맞춰야 하는데 맞춤법이 달라서 어렵습니다. 그러면 한반도 내 방언을 다 모으는 ‘말모이’를 해야 하죠. 넓게 보면 세상의 언어를 보관하고 전 세계 언어 소통과 더 나은 자연어 처리를 위한 일이지요.”

남북 간 5G 등 이동통신 서비스와 TV 수신은 당국의 결단과 한국의 기술 지원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김 학회장은 본다. 동독과 서독은 통일 전부터 상호 TV 송수신기 사용으로 문화적 통일 기반을 다졌다. 김 학회장은 영상을 포함한 남북 교류의 전제를 ‘서로 당당히 보여줄 콘텐츠’로 본다. “과거 산업화에 쓸 수 있던 돈을 핵 개발에 투자한 북한의 선택이 안타깝습니다.”

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교류를 준비하기 위해 김 학회장은 정부가 공무원 전문화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회 측이 기술표준 업무 담당자 교육을 도우면 인사 발령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일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모든 부처가 그렇습니다. 공무원이 전문성을 키우기 전에 자꾸 인사 이동을 시키잖아요. 그러니 실무진은 제대로 알 기회가 없고 인수인계도 잘 안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죠.”

앞으로 남북 상황이 나아진다 해도 정부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 없이는 어떤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김 학회장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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