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기업’ 이스트소프트는 무엇으로 사는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6-28 13:13:00

인공신경망 연구·상용화로 입지

대검·AIRI 등 연구 수행 AI 일신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기술 컨퍼런스 'AI PLUS 2019'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이스트소프트 제공]

대기업이 잇따라 인공지능(AI) 개발에 뛰어드는 전국시대다. AI 기업을 표방하는 이스트소프트는 보안과 금융, 언택트로 실용주의 활로를 넓히고 있다.

이스트소프트 자회사 줌인터넷은 KB증권과 5대 5 비율로 출자해 7월까지 합작법인을 세운다. 법인은 초보도 쉽게 할 수 있는 투자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양사는 AI 기반 공동 사업도 추진한다. 투자자 정보 연계 AI 큐레이션, AI로 음성을 텍스트 변환하는 STT 등이다. 기술은 이스트소프트가 증권사업은 KB증권 측이 주도한다. 이스트소프트 계열사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AI 투자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때문에 새 법인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2017년 12월 AI 투자엔진을 적용한 AI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사람 한계 넘어선 AI 보안

회사 매출 대부분은 보안과 소프트웨어(SW)에서 나온다. 올해 1분기 보안·SW 매출은 연결 기준 66억1800만원으로 전체의 39.08%를 차지했다. 자회사 이스트시큐리티는 AI 악성코드 데이터를 딥러닝해 스스로 신·변종을 구분해 탐지·대응하는 AI 기반 악성코드 분석엔진 특허를 2018년 5월에 냈다. 딥러닝은 AI가 사람처럼 데이터 특징과 의미를 인식하는 ‘특징표현학습’을 가능케 한다.

이 엔진은 현재 딥러닝 기반 보안 솔루션인 쓰렛 인사이드 핵심 기술로 쓰인다. 솔루션 출시 후 5월 중순까지 분석한 악성 샘플은 3억건이 넘는다. 정밀 분석을 사람이 하기 힘든 규모다. 쓰렛 인사이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무에 도입되고 있다.

줌인터넷은 맞춤형 뉴스 추천 앱 ‘뉴썸’에 AI를 적용했다. 뉴썸도 딥러닝 바탕으로 사용자 콘텐츠 소비 데이터와 피드백을 분석해 개인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기술 컨설팅’으로 산업 현장 문제 해결 사업도 한다. 식자재유통 기업 삼성웰스토리에 AI 알고리즘을 공급해 업무시간을 줄이고 있다. 식자재 데이터베이스를 딥러닝으로 분류한 뒤 자재 내역을 예측해 평균 발주 업무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5초 이하로 줄였다.

다만 매출 2위(28.09%)인 게임사업에는 아직 AI 개발이나 서비스 움직임이 없다. 주요 게임사들이 자사 연구소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회사는 대신 커머스사업으로 언택트 쇼핑 규모를 키우고 있다.

당장 커머스 부분 매출액 비중은 5.33%로 금융(0.72%)사업 다음으로 낮다. 하지만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6억80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9억200만원으로 올랐다.
 

라운즈 앱 사용자가 가상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사진=이스트소프트]

◆언택트 틈새시장 ‘합성곱’으로 공략

자회사 딥아이가 운영하는 가상피팅 안경 쇼핑몰 라운즈(ROUNZ)의 안경·선글라스 판매량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계기로 크게 늘었다. 3월 라운즈 누리집과 앱 내 가상 착용 서비스를 통한 제품 판매량은 1월보다 123%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1% 뛰었다. 이 서비스에도 AI가 적용된다. 가게 방문 없이 스마트폰 화면으로 안경을 써보는 ‘안경 가상 피팅’ 기능이다.

이스트소프트가 만든 이 기능은 3월 16일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안경 착용 영상을 생성하기 위한 장치, 이를 위한 방법 및 이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기록된 컴퓨터 판독 가능한 기록매체’로 특허 등록됐다.

AI 기반 이미지 분석 기술이 적용된 ‘글라스파인더(Glasses Finder)’ 기능도 있다. ‘AI 안경사’로도 불리는 이 기능은 제품 사진을 찍거나 연예인 사진을 올리면 동일한 안경을 찾을 수 있다. 비슷한 안경을 추천 받을 수 있다. 강남역 인근에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둔 딥아이는 8월께 판교에 2호점을 연다. 오프라인 거점이 되는 파트너 매장은 이달 기준 100여곳이다.

안경 가상 착용 기술은 합성곱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활용한다. 컴퓨터가 직접 이미지와 비디오, 텍스트와 사운드를 분류하는 인공신경망이다.

컴퓨터는 이미지를 숫자로 인식한다. 우선 입력된 이미지를 빨강·초록·파랑(RGB) 유형으로 나눈다. 이후 특정 필터 함수로 원본 이미지를 훑으며 곱해서 최종값을 낸다. 이를 합성곱이라 부른다. 합성곱을 통해 나온 최종값을 특성지도라고 한다. 곧이어 최종값의 범위를 좁혀 가는 풀링 작업이 이어진다. AI는 이과정을 거쳐 사람 얼굴과 안경을 구분해 가상 착용을 돕는다.

이스트소프트는 2017년 대검찰청 ‘딥러닝을 활용한 시각지능 개발방안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회사 내 기술 연구소 ‘A. I. 플러스랩’이 관련 연구를 주도한다. 대검 연구과제 수행은 끝났지만 기술 개발은 계속 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다양한 소규모 딥러닝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며 “정부 과제를 수행하며 (AI 활용) 사업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2017년부터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의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지능형 인터렉션 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정상원 대표가 지난해 11월 ‘AI Plus 2019’에서 말한 ‘실용적 AI’의 한 줄기다. 당시 정 대표는 “우리는 현실화 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미래의 AI가 아닌 AI 기술을 더해 현재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즉시 해소할 수 있는 실용주의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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