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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회사채도 옥석 가린다]①예고된 양극화...코로나19는 부추겼을 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6-30 01:23:00

연초 비우량채, 2% 부족한 오버부킹 행진...실적 부진 우려 지속

우량채 선호 심리↑...경기불확실성 대비 선제적 자금조달과 맞물려

[사진=아주경제DB]

최근 회사채시장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고 있다. 대부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를 지목하지만 그 이전부터 투자자들은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는 그 속도를 부추기고 기업 실체를 드러낸 것뿐이다. 이는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부실기업이 온전한 기업으로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기업 성장은 차치하더라도 영속성은 필수다. 단순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자금조달은 결국 독(毒)이 된다. 생존 기로에선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편집자]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 유효경쟁률은 지난 1월 4배를 넘는 수준에서 3월에는 1배가 넘는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된 탓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량채(AA급 이상)로 관심이 집중됐다.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발행을 연기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유효경쟁률이 3.7배에 달하는 등 발행 가뭄과 투자심리 위축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수요예측 월별 평균 낙찰금리 및 유효경쟁률 추이. 사진=한국투자증권]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1월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AJ네트웍스, 대한항공 등 비우량채들은 오버부킹 행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흥행’으로 평가됐지만 증액 희망규모까지 자금이 모이지 않았고 결정금리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경기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 우려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한 회피 심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작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1월 회사채 발행시장 자금유입강도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약화됐다. 하위 등급일수록 수요가 약화된 탓이다. 기업들도 증액 발행 시 금리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금리 방향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채시장에서 ‘옥석’을 가릴 시기가 왔다는 인식이 있었다. 통상 금리는 경기 수준과 밀접하게 움직인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그에 맞게 금리도 동행한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부실한 기업일수록 이자부담이 높아진다. 금리 하락은 이자부담을 낮추지만 이는 경기 부진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양극화 전망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그 속도를 부추겼다. 지난 2월 AA와 A급 회사채 결정금리는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AA급은 민평금리대비 –5.7bp에서 –3.4bp로, A급은 –22.75bp에서 +8.6bp로 크게 올랐다. 유효수요경쟁률은 AA급이 4.8배에서 4.7배로 소폭 하락했지만 A급은 4.8배에서 2.6배로 크게 내렸다.

경쟁률이 낮아지고 금리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의 경기불확실성 대비 선제적 자금조달이다. 2월 확정 발행금액은 총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8조원이 넘는 규모가 AA급이었다.

심각성을 인식한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5%포인트 내린 0.75%로 결정했다. 이른바 ‘빅컷’을 단행한 것이다.

3월과 6월 신용평가사 정기평가 시즌을 감안하면 A급 이하 비우량채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투자자들의 고민은 캐리(이자수익) 확보에 더욱 집중된 탓이다. 우량채 장기물 혹은 금리 매력이 높은 비우량채 등이 투자대상으로 꼽혔다.

지난 5월 한은은 0.25%포인트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금리인하 발표 직후 국내 채권시장(국채 기준)은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으나 곧 약세(금리 상승)로 반전됐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했다는 점, 한은이 국채 매입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웠다. 금융투자업계는 “한은이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채권시장에서 진정한 옥석가리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단기 실적 하락은 신용등급 변동에 반드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업구조와 재무안정성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신용등급 대비 등급 전망이 먼저 움직이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다만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기업 대부분은 이전 현금창출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공통점이 존재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특정 업종의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것은 물론 업종 내에서도 갈리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현재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등급 기준에 대한 논의도 지속하면서 투자자와 발행사가 잘 매칭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정보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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