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회사채도 옥석 가린다

​②사조ㆍ한화건설 등 수요예측 ‘참패’, 펀더멘탈에 보내는 메시지

이성규 기자2020-06-30 05:15:00
AA급 KCC, 수요 미달...우량채도 안심할 수 없어 BBB급 공모 시장 도전, 깊어지는 금리 고민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OCI(신용등급 A0)는 지난 24일 3년 단일물 8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주간사단에 산업은행을 끌어들이고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개별민평금리 대비 90bp(베이시스포인트) 가산해 제시하는 등 온 힘을 다했지만 결과는 110억원 주문에 그치면서 미매각 됐다.

사조산업(A-)도 지난 18일 공모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주문은 ‘0건’을 기록하면서 참패했다. 앞서 한화건설(A-) 역시 1건도 확보하지 못했으며 GS건설(A0)과 현대건설기계(A-)도 각각 미달됐다.

투자자들이 비우량채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SK건설(A-)은 흥행에 성공했다. 모집금액인 1000억원에 두배에 달하는 1950억원이 몰리면서 1500억원으로 증액발행을 결정했다. NS쇼핑(A0)도 역시 500억원 모집에 1190억원 주문이 들어오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전했다.

A급 회사채에 대한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단연 실적과 금리수준이다. 수요예측에 실패한 기업이 제시한 금리는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를 감내하기엔 낮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OCI는 희망금리밴드 최상단에서 결정돼도 3%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유효수요를 확보한 기업들은 실적 개선 기대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투자자 환심을 샀다. SK건설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2년물 3.19%, 3년물은 무려 3.8%에서 결정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간사들은 금리 수준에 대해 시장 상황, 채권 수요와 공급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행사와 협의한다”며 “최근 흥행 성공과 실패를 나눠서 보면 투자자들은 기업의 사업구조에 더욱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량채임에도 수요가 미달된 곳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6월 주요 회사채 수요예측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각 사]

우량채 중 수요예측에서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KCC(AA-)다. 지난 5월 최대 3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주문은 900억원에 그쳤다. KCC는 기존 ‘AA0, 안정적’에서 ‘AA0,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수요예측 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아지면서 투심을 위축시켰다.

신평사들은 KCC가 모멘티브 인수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기존 건자재와 도료부문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등급 하향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KCC에서 분할된 KCC글라스(KCG) 지원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선 불편한 요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운용업계 양상이 일부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에도 발행사 사업구조나 금리수준을 살폈지만 국고채 스프레드, 회사채 스프레드 등을 통한 차익전략 비중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프레드 지표를 살피고 관련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산업 환경이 변하고 예측에 대해 신중해지면서 기업 펀더멘탈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예측에 실패한 발행사가 기대치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은 수익성을 지속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BIR 등급현황. 사진=미래에셋대우]

그러나 펀더멘탈은 한순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 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은 단기적으로 금리뿐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A+)가 비우량채임에도 수요예측서 흥행에 성공하는 등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AA-)는 업황 부진에도 가격 메리트에 힙입어 유효수요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SK건설을 통해 금리 메리트가 충분하다면 수요가 따른다는 점에서 시장은 지난 3~4월 대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효경쟁률 기준 AA등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A등급은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결정금리가 개별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비우량채 등급 스프레드 축소는 더딜 전망이다.

BBB급에서는 AJ네트웍스(BBB+)가 준비중이다. 발행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올해 초 400억원 모집에 670억원 주문이 몰렸지만 최대 증액(800억원)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다.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높은 금리 부담을 감수할지 여부에 집중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이 캐리(이자수익)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우량채 장기물과 비우량채 중에서도 등급 안정감이 높은 것을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AJ네트웍스는 ‘부정적’ 등급 전망 탓에 발행 결정을 두고 더욱 고민이 될 것”이라며 “금리 수준도 중요하지만 계열사 실적 부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수반되는 것은 물론 향후 개선 계획도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