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니콜라 대박 나비효과

①한화종화, 삼성에 IPO 대신 지분인수 제안할까

이성규 기자2020-07-01 14:17:20
삼성, 지분 24% 보유...실적 불확실성 여파 가치 하락 우려 당초 2021년 4월 30일까지 IPO로 화학 빅딜 마무리 예정 한화, 니콜라로 확인된 신성장 동력 집중위해 서두를 듯 "한화, 부담 감소-삼성, 가치 상승…빅딜 빠른 마무리 가능"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대신 지분 직접 매입을 통해 삼성그룹과의 화학 빅딜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화종합화학 울산사업장.[사진=한화종합화학 홈페이지]

[데일리동방]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상장 대신 삼성그룹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학사업 ‘빅딜’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 2021년 4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삼성그룹이 화학사업 지분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을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한화종합화학 상장이 녹록치 않은 업황으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미국 수소 트럭업체 니콜라에 투자해 신성장 동력을 확인한 한화그룹은 또 다른 엑시트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상장이 아닌 직접 지분을 사들이면 기업공개(IPO) 시기를 조율하는 데 여유도 생긴다.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각각 입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 입장에서 예상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사들일 수 있고, 삼성그룹도 빅딜 이전 대비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한화종합화학 주주구성은 한화에너지 39.16%,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 36.05%, 삼성물산 20.05%, 삼성SDI 4.0% 등이다. 지난 2015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빅딜’ 흔적이다. 당시 삼성그룹이 자금이 부족한 한화그룹을 배려한 조치로 일부 지분을 남겨뒀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 엑시트 방안으로 한화종합화학 상장과 함께 풋옵션(put option)을 제시했다. 2021년 4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한화그룹이 사들이는 조건이다.

가치 측정 기준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1배다. 한화종합화학은 부진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직전 3년 평균(2016~2018년) 연간 EBITDA는 5500억~6000억원 규모다. 기업가치는 6조원 이상으로 삼성그룹 지분을 1조4000억~1조6000억원 수준에 사들이는 것이다.

 

[한화종합화학 지배구조. 사진=한화그룹]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을 포함한 5개사를 지배하는 지주사 부문과 PTA(고순도테레프탈산) 관련 자체 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PTA는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 지난 수년간 중국 기업들이 적극 생산량을 늘리자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최근 한화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력 자회사인 한화토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한화토탈 역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감소, 미국 ECC(에틸렌분해시설) 증설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결국 한화종합화학은 태양광발전, 고부가케미칼 등 신규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지만 투자부담이 따른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요청 시 상장 기한을 1년 연장(2022년 4월 30일)할 수 있다. 화학업황은 물론 태양광과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인 수소 사업 성장을 고려하면 오는 2022년 상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시장에서 한화그룹이 상장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삼성그룹과 잔여 지분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한화그룹 입장에선 부담이 낮아진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편입 전 적자를 면치 못했던 만큼 삼성그룹도 ‘남는 장사’다. 한화종합화학은 빅딜 후 배당을 중단해 삼성그룹 입장에선 즉각 기대할 수 있는 현금흐름도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 감소로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사들이는 부담이 예상보다 적어진다”며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편입 후 실적이 급등했기 때문에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아쉬운 것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장 기한이 아직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최악 상황이 아니라면 태양광발전과 수소 사업 등 신성장 동력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빅딜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그룹이 상장 대신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미국 수소 트럭업체 니콜라 투자 덕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11월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6.13%를 확보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 니콜라 시가총액은 210억달러(한화 약 25조원)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3억달러에 달한다. 1년 반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3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