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한진칼 BW에 대응하는 반도그룹, '독자노선' 선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7-06 10:11:00

신주발행 1%p 하락…조원태 회장 주도권 잡을 수 있어

반도, 지분희석 방지위해 BW에 단독 1조가량 투자설

KCGI 보유 물량까지 확보할 수도…향후 전략 관심

[사진 = 한진그룹 제공 ]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서면서 조원태 회장과 3자 주주연합(KCGI,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양측 셈법도 분주해고 있다. 반도건설은 3자 연합의 한 축이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갖춰가고 있어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 이틀간 30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위한 청약을 실시했다. 최종 경쟁률은 24.45대 1로 총 7조3000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조달된 자금은 대한항공 지원(유상증자 참여)에 쓰인다.

이번 딜(deal)이 시장 관심을 모은 이유는 조원태 회장 측과 3자연합간 경영권 분쟁이다. 3자연합은 지난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 측에 패했다. 이후 지분을 지속 늘려 현재는 45.23%를 보유 중이다. 조원태 회장 측 지분(41%)에 4%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이번 BW 발행을 두고 3자연합 측은 조원태 회장 측을 비판했다. 특히 ‘분리형’ BW를 발행하자 적은 돈으로 워런트(신주인수권)만 사모으는 등 지분율 확보 방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주인수권은 지분율 기준 5.79%(행사가액 8만2500원 기준)다. 양측 지분율 격차를 감안하면 신주배정 결과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이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진칼 주주별로 보면 KCGI와 반도건설이 각각 19.55%, 19.20%로 가장 높은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분율이 높을수록 희석률도 확대되는 만큼 신주인수권이 전량 행사되면 두 주체 지분은 각각 18.41%, 18.09%로 1%포인트 넘게 하락한다.

이번 BW 경쟁률을 감안하면 1%포인트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KCGI와 반도건설은 각각 1조원가량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주가 하락 시 행사가액이 조정되면 주주연합 지분율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신규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3자연합은 BW 확보 규모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KCGI와 반도건설이 상황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충분한 대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사진=반도건설]

IB업계 관계자는 “KCGI와 반도건설이 각각의 방식으로 청약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조원은 막대한 자금이지만 청약 후 400억원 수준 자금만 소요된다는 점에서 중장기 자금이 아닌 단기로 자금을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건설은 그룹 계열사 등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건설은 그룹 계열사인 반도개발, 한영개발, 대호개발이 각각 2500억원씩 사모로 조달(2개월 만기)한 자금을 한진칼 BW에 투입했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이외에도 추가로 청약에 나선 자금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KCGI는 1500억원 규모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BW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KCGI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공격적 행보를 펼쳐가고 있다. 당초 시장은 반도건설을 한진칼 우호세력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고 올해 초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는 등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였다.

반도건설이 이번 BW 참여에 상당히 공격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다. 부동산 규제로 본업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사업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자금동원력도 충분히 갖췄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향후 KCGI가 보유한 물량까지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또 다른 하나는 반도건설이 독자노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3자연합은 그간 한진그룹에 숱한 공세를 날렸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 앞서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돌연 사퇴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노조 등으로부터 비난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KCGI와 같은 사모펀드가 아닌 기업인 만큼 명확한 포지션이 필요하다. 3자연합이 아닌 독자적으로 한진그룹에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건설은 경영 참여 선언을 한만큼 경영권 인수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어느 쪽 우호세력인지 헷갈릴 만큼 그간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향후 전략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BW 청약은 물론 향후 행보에서 점차 더 강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단독으로 영향력을 높이는 힘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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