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실패보다 변화·혁신을 우선하는 차남을 알아본 차남의 결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7-09 03:07:00

[맏이의 눈물로 보는 승계의 법칙]① 한국테크놀러지그룹

차남 조현범에게 그룹 지분 23.59% 넘겨 깜짝 승계 서둘러

이달 횡령·배임 2심…잔불로 남은 형제간 다툼 등 오너리스크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가 4월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동생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창업자의 빈 자리를 채워온 장자 우선주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형만 한 아우’의 도약이 주목받는다. 때로는 장자를 우선하면서도 동생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냉엄한 경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승계의 새로운 유형이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데일리동방은 기업 총수들이 오래된 가치를 버리는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차남 총수가 차남에게 회사를 물려주려 한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둘째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에게 그룹 지분 전량(23.59%)을 넘겼다. 조 사장은 기존 지분 19.31%를 합쳐 42.9%로 최대 주주가 됐다. 그간 지분율이 비슷하던 장남 조현식 그룹 부회장(19.32%)과의 격차는 두 배 넘게 벌어졌다.

◆ 차남은 차남이 알아본다?

조 회장 본인이 차남인 만큼 승계는 반드시 장자여야 한다는 관념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1937년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아 1985년 계열에서 분리했다. 형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동생은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이다.

실적 숫자만 놓고 보면 조 사장이 더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1분기 한국타이어 영업이익은 1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1406억원보다 24.7% 떨어졌다. 회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타이어 수요 급감을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최근 영업이익을 보면 2017년 7934억원에서 2018년 7027억원, 2019년 5429억원으로 내림세다.

2011년 승진한 조현범 전 사장은 2016년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現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에 집중하다 이듬해 12월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수일 사장과 각자 대표를 하다가 지난달 23일 사임했다. 4월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고 두 달 만이었다. 하지만 조 사장은 대표이사에서 사임했을 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직과 등기이사직,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유지하고 있다.

함께 기소된 조현식 부회장은 친누나에게 허위 급여 1억여원을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검찰과 쌍방 상소로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 사장 단독 대표 체제다.

조 부회장도 경영 능력에 대한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조현식 부회장이 타이어 경영을 주도하던 2015~2017년에 품질 논란이 일어서다. 현대차는 2015년 한국타이어를 넣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했다가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과 소음 문제를 겪었다. 4만3000대 규모 리콜 이후 한국타이어는 현대차 신차용 타이어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 건립 협약을 맺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었다. 회사는 리콜 당시에도 형제가 함께 경영에 관여했기에 장남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형제간 경영 방침도 차이를 보인다. 조 부회장은 연초에 신사업 추진과 공격적 인수합병(M&A) 중단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최근 몇 년 새 타이어 실적이 안 좋으니 기본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쓰자는 의미”라며 “사업하는 사람이 어떻게 신사업과 M&A를 안 한다고 못 박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조 사장과 확연히 다른 보수적 관점을 견지하는 모습이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법원의 강제집행으로 구설에 오른 ‘한국테크놀로지’로 사명을 바꾸는 데도 동생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그래픽=이범종 기자]
 

◆ 여전한 오너리스크 과제로

조양래 회장은 결국 변화를 주도하는 차남 손을 들어주기로 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슬로건 ‘드라이빙 이모션’과 2016년 10월 대전 소재 중앙 연구소 테크노돔 준공 모두 조 사장이 주도했다. 형제가 모두 관여했지만, 조 사장이 좀 더 신경을 썼다는 전언이다. 조현범 사장은 테크노돔 준공식 때 직접 연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효성 집안은 유교적인 가부장제가 엄격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조석래 회장의 장남이다. 하지만 차남 집안은 장자 상속 원칙에서 벗어난 길을 걸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형제의 2심 선고, 사명이 같은 한국테크놀로지와의 법적 다툼, 타이어 실적 회복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조씨 형제의 2심 재판은 이달 17일 열린다.

형량에 변화가 없거나 무거워지면 부담이 커지는 쪽은 조 사장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14조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으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집행유예 기간 이후 2년간 해당 기업 취업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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