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여가는 부동산 정책

​<下>수요 몰린 곳에 공급이 답

주진 선임기자2020-07-12 23:14:46
7.10대책, 생애 최초·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물량 확대… 40대 이상 일반청약자 '역차별' 논란도 전문가들, 선호도 높은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촉진돼야…유동성 자금 유입 차단이 관건

[자료 = 국토부]

[데일리동방]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중이다. 서울 아파트 불패신화에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기본 원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22번째로 내놓은 7·10 부동산 대책은 선호도가 높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보다는 30대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한 특별공급 비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이라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로 공급 주택을 충분히 늘리겠다는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결국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7205채에서 내년 2만5021채로 급감하고, 2022년 상반기(1∼6월)에도 9177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서울 도심지와 같이 수요가 몰리는 곳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 주택안정화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20-30대 달래기?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생애최초 특별공급 적용 대상주택 범위 및 공급비율을 확대한다. 국민주택 공급 비율은 25%까지 늘리고, 85㎡ 이하 민영주택 중 공공택지는 분양물량의 15%, 민간택지는 7%를 배정한다. 소득 기준은 국민주택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를 유지하고, 민영주택은 130% 이하까지 확대한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의 소득기준은 완화한다. 공공분양의 경우 분양가 6억 원 이상 신혼희망타운에 대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30%(맞벌이 140%)까지 확대하고, 분양가 6억 원 이상 민영주택에 대해서는 최대 130%(맞벌이 140%)까지 소득 기준을 완화한다.

아울러 현재 신혼부부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령·혼인여부와 관계없이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의 100%를, 1억5000만~3억원(수도권 4억원) 주택은 50%를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규제지역 LTV·DTI를 10% 우대하는 ‘서민·실수요자’ 소득기준도 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원으로 완화된다.

현재 국민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생애 최초 특별공급 규정을 보면 △무주택세대 구성원 △소득기준(해당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 △자산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1세대에서는 한 명만 청약할 수 있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당첨자는 100% 추첨제로 선정한다.

하지만 뚜렷한 공급대책 없이 특공 비율만 높일 경우 40대 이상 일반분양 청약대기자들이 외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특별공급 확대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수혜자도 적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별공급 소득기준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30%(맞벌이 140%)로 늘렸지만 분양가 6억원 이상만 적용돼 저가 아파트는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 주요지역 매매가격 변동율[사진=인터넷]


◇부족한 교육·문화인프라, 수도권 원거리 출퇴근 한계···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허용해야

정부는 이번 7.10대책에서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도심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주변 유휴부지,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 재건축 방식 사업시 도시규제 완화 통해 청년 및 신혼부부용 공공임대, 분양아파트 공급 △도심내 공실 상가 및 오피스 등 활용 등 크게 다섯 가지 방향만 제시했다. 신규 공급 구체적인 지역이나 서울 도심 내 재건축 규제 완화 같은 공급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 가운데 큰 갈등 없이 추진될 수 있는 대책은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정도다. 3기 신도시의 주거지역 용적률은 180~200%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의 '똘똘한 한채'에 대한 욕망, 가까운 출퇴근 시간, 풍족한 교육·문화적 여건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수도권 신도시로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앞선 신도시들이 겪고 있는 미비한 광역교통체계, 질낮은 교육·문화 인프라 문제는 큰 걸림돌이다.

정부가 검토중인 유휴 부지 및 국가 시설 부지 발굴의 경우 각 부처나 지자체가 갖고 있는 건물이나 토지를 주택 부지로 변경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 서울 도심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유휴부지는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이번 대책에서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역시 구체적인 방향이나 검토 대상도 밝히지 못했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도 언급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민간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크게 전환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재개발·재건축 허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재개발, 재건축을 억누르지 말고 공급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해 작은 아파트라도 적극 공급하고, 신도시 정책도 필요하다"며 "생애주기에 맞는 '자산성장사다리' 지원 정책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법'으로 명명한 주택법, 국토계획법, 도시정비법 개정 등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주택 대량 공급을 위해 용적률·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청약 제도 개선, 분양가 상한제 재검토 등을 개정안에 담을 방침이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지역에 좋은 집을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메시지를 줘 집값 폭등을 막아야 한다"고 부동산 정상화법 취지를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서 200채 미만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대해 층수 제한을 늘려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50%는 공공임대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공성을 강화한 재개발, 재건축은 사업성이 낮아 조합들이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떄문에 서울 도심 내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정부 주도형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공모리츠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경고한다. 도심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단기적인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당장 공사에 착수하더라도 아무리 빨라야 6~7년은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도심 재개발·재건축이 허용되면 투기 세력이 난립하며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등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전문가는 "지금 당장 서울에 공급을 늘리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 자금 때문에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는 만큼 유동성을 먼저 줄이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