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ESG 채권 발행액은 81억달러(약 9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났다. 글로벌 ESG 채권 발행액이 같은 기간 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국내 ESG 채권시장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ESG 채권 발행액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환경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액 증가 추세는 지난해 ESG에 대한 사회적 인지 및 중요도가 부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올해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행액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리스크 발생을 고려하게 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투자 판단에 있어 ESG를 더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ESG 채권 발행액 대부분이 공기업 물량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문이다. 공기업 발행 ESG 채권 발행액은 50억달러(약 6조원)를 웃돌아 전체 발행액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각종 정책융자자금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24억달러(약 2조 90000억원) 규모 채권이 ESG 채권으로 분류되면서 공기업 발행이 크게 늘었다. 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발행액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금융회사 중에서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국민은행, 하나은행, 국민카드 등 민간 금융회사가 7억달러(약 8500억원) 규모 ESG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민간기업 ESG 채권 발행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ESG 채권을 발행한 민간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는 지난 1월 5억유로 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시장이 경색되면서 ESG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도 자취를 감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광열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다보니 기업들이 ESG 채권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ESG 채권에 대한 발행수요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