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수많은 ‘매각설’에 휘말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고 있는 ‘뚜레쥬르’와 ‘투썸플레이스’, CJ CGV, CJ올리브영, CJ헬로비전, 스튜디오드래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중 일부는 현실이 됐고 나머지는 소문에 불과했다.
물론 나머지도 소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과거 매각을 부인했던 대부분 계열사들이 실제 매물로 나오거나 거래가 성사됐다.
현재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외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곳이 없어 추가 지배구조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성장 동력이자 차기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CJ ENM 조차 심상치 않다.
최근 CJ ENM은 인터넷TV와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에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을 요구했다.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카드도 꺼냈다. CJ그룹은 지난해 CJ헬로비전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플랫폼과 콘텐츠 중 후자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 무게 중심도 단연 콘텐츠 우위로 흘러가고 있다.
CJ그룹 입장에서 CJ헬로비전 매각은 자금마련이다.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넘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큰 틀에서 보면 CJ ENM이 언급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은 그룹 차원 유동성 확보라 할 수 있다. 콘텐츠 제공에 대한 제값을 받는다는 취지 이면에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CJ그룹 관련 ‘매각설’이 그치지 않는 배경에는 그룹 차원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있다.
CJ그룹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리더 공백이 꼽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4년만인 2017년에 복귀했다. CJ그룹은 2013년 타의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7년이 지난 현재 그 성과는 크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도 총수 등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확고해야 한다”며 “현재 CJ그룹은 승계 진행과정에 있고 3세 경영자들의 경영 능력 입증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우고 복귀한 이후에도 현재까지 뚜렷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여타 주요 그룹사들은 점차 승계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3·4세 경영자들이 그간 업적을 쌓거나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반면, CJ그룹은 유독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CJ그룹이 향후 M&A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익효율성이 떨어지는 자산 등도 상당수 있어 그룹 전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