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삼성 준법위, 첫 워크숍에서 '지멘스'를 말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7-21 10:38:45

"회사는 나를 불법으로 내몰지 않는다, 나를 책임지고 보호한다"

“실패 극복한 의미 있는 사례”…재판과 관계없는 준법경영 방향 제시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사진=이범종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첫 워크숍 강연 주제로 독일 기업 지멘스를 선정했다. 준법위가 부정부패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지멘스의 준법경영 사례 강연이 ‘삼성 컴플라이언스(삼성식 준법경영)’ 방향 제시로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준법위는 22일 오전 9시 용인 인력개발원에서 첫 워크숍을 연다. 준법위원과 삼성 7개 계열사 준법지원·감시인, 실무책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삼성 준법감시 제도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포함해 계열사별 발제와 토론이 진행된다. 오전에는 봉욱 위원이 1시간 강연한다.

준법위 워크숍의 상징성은 2부 행사에 있다. 외부 인사 강연자로 박종근 지멘스코리아 윤리경영실장이 나선다. 강의 주제는 ‘실패를 통해 거듭난 준법경영’이다. 김지형 준법위원장은 부정부패 사건 이후 준법경영으로 신뢰를 회복한 지멘스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준법위 관계자는 “지멘스는 준법경영에 한 번 실패해 2조원 넘는 벌금을 낸 적이 있다”며 “실패를 통해 새로 거듭난 회사의 실례로 강의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2006년 대규모 뇌물과 부패 혐의가 드러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횡령 공금은 1억유로가 넘었다. 유럽 전역에 흩어진 간부들 계좌에도 비자금 수천만 유로가 발견됐다. 개인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범죄였다. 외국 사업권 확보를 위해 정치인과 공공기관에 뿌린 뇌물 규모는 한국 돈으로 7000억원 규모였다. 비자금은 4억6000만 유로(6900억원)에 달했다. 합병과 공공 계약이 줄줄이 무산됐다.

회사가 낸 벌금은 100억유로(한화 약 14조88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 회사 준법 프로그램은 2007~2008년 독일 검찰과 미국 증권감독원, 법무부 조사국 형사 조사에 따른 조치로 개발됐다.

지멘스 이사회는 2006년 당시 CEO였던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이듬해 피터 뢰셔를 신임 CEO로 임명했다. 1847년 회사 설립 이래 첫 외부 출신 CEO 선임이었다. 그해 그룹 이사회 감독기관, 그룹 회장과 법률 고문단, 준법감시인 등 신규 경영진이 대거 내정됐다. 2009년에는 사업행동강령과 준법 지침서도 만들었다. 2007년 이후 직원들은 대면과 온라인 교육을 이수했다. 직원 간 재교육으로 선순환을 만드는 구조다. 뢰셔 회장은 준법 프로세스를 어긴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했다.

새로운 준법 정책은 이메일과 인트라넷, 사내보와 분기별 뉴스레터 등으로 전달된다. 준법 안내데스크도 만들어 준법 관련 질문과 법무 부서의 답변이 이메일로 오가게 했다. 내부 고발자 핫라인 ‘텔 어스(Tell Us)’는 독립 외부 서비스 업체가 운영한다. 외부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위촉됐다. 익명 고발 정보는 안내데스크에 전달된다. 안내데스크는 발신자 정보를 추적하지 못한다. 준법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감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회계감사 조직 ‘준법감사부’도 설치됐다.

지멘스 준법감시는 직원들의 애사심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나를 불법으로 내몰지 않는다’ ‘나를 책임지고 보호한다’며 경영진의 조치를 환영했다.

부패기업으로 낙인찍힌 지멘스는 2017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됐다. 

지멘스는 부정부패에 따른 손실이 회사 존립을 결정한다는 점을 알고 적극적인 준법 노력을 폈다. 삼성 역시 총수의 뇌물죄 파기환송심을 계기로 준법경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삼성 서초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하는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의 ‘준법 경영’ 발언으로 세워졌다.

특검의 재판장 기피 신청 재항고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준법위는 묵묵히 준법감시 체계 마련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5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재판과 관계없는 준법위 활동을 재확인한 뒤로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의 방향을 지멘스에 맞춘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평소 지멘스 사례를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첫 강연은 준법위와 삼성 7개사가 준법 경영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멘스 준법경영 강연은 ‘약방의 감초’ 수준이어서 상징성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워낙 유명한 사례여서 기업들이 으레 여는 단골 행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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