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앞두고 요동치는 전·월세 시장

주진 선임기자2020-07-30 15:26:07
전세 2+2년·임대료 상한 5%…임대차보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임대차법 시행 앞두고 서울수도권 전·월세값 급등…전세 매물 잠김 현상도 나타나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택임대차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주택 임대차 계약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8월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하면 해당 법은 즉시 시행된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갱신(更新)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2년짜리 전·월세 계약을 맺고 입주한 세입자라면 같은 집에서 최소 2년 더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집주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고, 전·월세 값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법 시행 전 체결된 기존 임대차 계약에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소급 적용된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그러나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후 2년 내에 다른 세입자를 들이다 적발되면 기존 세입자에게 받던 월세 3개월치 또는 새 세입자에게 올려받은 월세 2년치 중 높은 금액을 기존 세입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주택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 효과를 두고 세입자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과 전·월세 급등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임대차 3법이 본격 시행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과실이 없는 한 최소 4년 간 새로 집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또 임대료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주택 매매 가격도 안정되고, 시세 차익을 노린 갭 투자를 줄일 수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이 2년으로 정해진지 벌써 31년째다.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4년 동안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제도 초기 다소 소음이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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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으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월세값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 3법이 기존 세입자까지 포함하도록 소급 적용되면서 법 시행 전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거나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주요 단지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57주 연속 올랐다.

최근 들어 강남권 전세가는 마포 신축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는 모양새다.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의 전세가 최근 16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지난 5월 1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2개월 만에 2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단지’ 전용 91㎡은 지난 25일 17억원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전달 보증금 15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약 한달새 1억6000만원 급등했다.

강북에선 성동구(0.21%), 마포구(0.20%), 광진구(0.12%) 등의 지역에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m²의 전세 호가는 최근 10억 원으로 뛰었다. 이달 초 실거래 가격이 8억 원이었는데 2주 사이 2억 원이나 뛰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실거주 요건 강화·임대차 법안 추진·저금리 등으로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학군 양호하거나 접근성 좋은 역세권 단지,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집주인이 잠시 비워뒀다가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1989년 임대차 최단 존속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을 때 존속 중인 임대차에는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때 2년간 연 20%가량씩 전세가가 폭등한 경험이 있다. 서울시 전세가격 연간 상승률은 1988년에는 7.3%였으나 1989년에는 23.7%로 껑충 뛰었고 1990년에도 16.2%로 높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 시장이 안정적이고 잠잠할 때는 국회에서 묵혀두고 있다가 전세 수요가 몰리고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까지 가세하니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전세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4년치 임대료가 한꺼번에 오르는 등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6·17대책, 7·10대책에서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예고해 집주인들이 세금부담을 덜려 전세를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많이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임차인에게 부담이 크게 전가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입신고만 해놓고 실제로는 공가로 비워둘 수 있다"며 "전·월세 물량 부족을 초래하는 시장 왜곡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