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아마추어 쇼퍼 vs 눈치 빠른 행원"…'미스터리 쇼핑' 실효성 논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
2020-08-05 13:51:31

업권 "어설픈 쇼퍼 연기에 웬만하면 알 수 있어"

영업점에 상담내용 남고 방문기록은 메신저 공유

올해 1억3650만원 투입…조사원 교육수준 높여야

자료사진. [사진=우리은행 제공]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미스터리 쇼핑(암행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업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미스터리 쇼핑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사원의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매년 반복하는 미스터리 쇼핑 패턴에 금융회사 영업점이 익숙해져 이미 충분한 면역력이 생겼고 조사원의 연기에 알고도 속아주는 상황이 벌어져 암행 점검의 실질적인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5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미스터리 쇼핑은 금융당국 또는 당국의 위임을 받은 전문업체 직원이 고객으로 가장한 후, 금융사들이 금융상품을 제대로 파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다.

올해의 미스터리 쇼핑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평년보다 미뤄진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달 1억365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금융상품 판매 관련 미스터리 쇼핑 용역'에 대한 외부 기관 입찰공고를 시작, 최종 선정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주부터 연말까지 은행·증권사 영업점 등을 포함해 1600여건의 점검 표본 수를 추정하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 소식이 업권에 전해지면서, 특히 최근 잇단 투자피해가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의 주체인 은행권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등 준비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업권은 영업점 창구 직원 교육 등을 강화하며 지적대상에 오르지 않기 위해 체계적인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현장에 투입돼 은행원을 속여야 하는 조사원의 연기력이 부족해 미스터리 쇼퍼(Shopper)의 활동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원이 영업점 창구에 들어와 대부분 펀드, 신탁, 방카 등에 제한한 금융상품에 대해 문의를 하고, 빼곡한 가입 설명서를 창구 직원이 끝까지 읽는 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 가입은 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영업점에 방문하는 형태가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금융회사 소속의 영업점끼리 내부 메신저로 조사원에 대한 외모 등 특이사항을 공유하고 있으며 고객관리 내부 시스템에 상담기록이 남아 쇼퍼의 정체가 금방 탄로나 미스터리 쇼핑의 효율성이 기대 이하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조사원이 창구에 앉는 순간 웬만하면 '아, 왔구나' 하고 눈치를 챈다"며 "대다수 일반 고객들은 처음부터 상품 가입에 대한 문의를 하지 않는 편인데, 창구 직원의 경험상 미스터리 쇼퍼들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상품 문의부터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종의 롤플레이잉, 역할 분담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입설명서의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읽는 지 살피는 등 서로 알면서도 속아주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진다. 결국에는 '다음에 올게요'라고 하고는 자리를 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조사원 선출에 각별히 유의하고 특별교육을 진행해 암행 점검 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상품 판매 회사의 영업점에 직접 방문하거나 콜센터에 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매 절차를 평가할 것"이라며 "이를 수행할 조사원은 금융회사와의 이해 관계, 최근 동일한 금융상품 미스터리쇼핑에 참여한 경력 등을 고려해 뽑겠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은 조사원의 연령, 성별, 지역 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한편 미스터리 쇼핑의 세부 매뉴얼에 따른 구체적인 점검방법에 관한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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