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고비마다 '덜컹' 이재용 발목잡는 사법 롤러코스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9-01 18:15:40

국정농단 재판 3년에 회계부정 의혹까지

초격차 행보 때마다 검찰 수사 확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2일 뇌물죄 파기환송심 2회 기일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미래 먹거리 ‘초격차’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의 늪을 못 벗어나고 있다. 발버둥 칠수록 거세게 잡아당기는 사법 리스크는 6년 전부터 거미줄처럼 그를 옭아매왔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이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0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으로 이름 붙였다.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 개입했다는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 뇌물 공여로 대통령 영향력을 빌렸다는 주장도 보탰다.

이제 이 부회장은 두 개의 재판에서 승계 작업의 실체에 대한 공방을 벌이게 됐다. 현재 계류중인 뇌물죄 파기환송심에서도 특검은 뇌물 공여 동기로 승계작업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사진=이범종 기자]

◆대통령 독대 후 달라진 운명

예정대로라면 이날은 잔칫날이었어야 했다. ‘갤럭시 Z 폴드2’ 언팩 당일 기소된 이 부회장은 6년 전 시작된 악몽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2014년 9월 15일이다.

뇌물 사건 1・2심 판단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은 1차 단독 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대한승마협회 회장사 활동과 승마 유망주 올림픽 참가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최서원씨는 삼성 임원들이 딸 정씨 승마 지원을 소홀히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듬해 7월 25일 이 부회장을 불러 질책하고 올림픽 출전 준비와 승마 지원을 요구했다. 27일 이 부회장은 임원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승마협회 파견 인사 교체 등 지원 계획을 세웠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지원도 이 시기에 결정됐다. 이후 여의도 국회에서 정유라씨 승마 지원금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그해 10월 ‘JTBC 뉴스룸’의 최씨 태블릿PC 보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11월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였고, 12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 사법리스크의 시작점이다.

이듬해 1월 특검팀이 최씨 태블릿PC에서 삼성의 지원금 관련 이메일을 다량 확보했다고 발표하고 이 부회장을 밤샘 조사했다. 뇌물・횡령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삼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특검은 추가 수사와 영장 재청구로 이 부회장을 2월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반년에 걸친 구속 재판 끝에 나온 결론은 징역 5년이었다. 특검이 주장한 뇌물액 298억2535만원 중 89억2227만원이 인정됐다. 승마 지원금 72억9427만원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합친 액수다.

1심은 사건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규정했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경영진과 승계 작업 도움을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정씨 승마 지원이 수동적이었지만 결국 경영 승계 도움을 바란 청탁 성격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

◆다시 찾아온 수감 위기

반전은 반년 뒤에 일어났다. 2018년 2월, 2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뇌물・횡령을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겁박과 최씨의 그룻된 모성애로 삼성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판단이었다. 소극적 뇌물공여는 물론 50억원 미만의 뇌물액, 횡령액 전액 반환 등 감경 사유를 적극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정유라씨 승마 지원금 중 말 구입과 부대비용 41억6251만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용역대금과 마필, 차량들의 ‘무상 사용 이익’을 뇌물로 인정했다. 횡령액이 50억원 밑으로 떨어지자 형량이 낮아졌다.

새 기회를 얻은 이 부회장은 출소하며 국민 앞에 다짐했다.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추진해온 그는 지난해 4월 133조원 투자와 1만5000명 고용을 전제로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등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도 삼성의 반도체 초격차를 응원했다.

하지만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대법원이 지난해 8월 뇌물 사건 2심을 파기환송하면서다. 수십억원대 부대비용을 지우고 마필과 차량 무상 사용 이익을 뇌물로 본다는 2심 판단이 법리는 물론 상식에도 안 맞다는 설명이다. 영재센터 지원금도 이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한 부정청탁이 맞다며 1심 판단을 따랐다. 36억원이던 이 부회장 뇌물공여액은 86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이 부회장 1심은 뇌물액을 89억원으로 본 반면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액은 2심에서 말 보험금을 제외한 86억원이 인정됐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이 그해 연말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 수사를 시작했다. 사건의 주제는 ‘경영 승계’로 옮겨졌다. 앞선 재판에서 그를 괴롭혀온 주제가 회계부정 사건으로 이름을 바꿔 돌아온 것이다.

파기환송심만큼은 상황이 유리했다. 참고할 양형 요건을 늘려주려는 재판부 성향 때문이다.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는 10월 첫 재판부터 이 부회장에게 준법경영을 당부했다. 이듬해 1월 삼성은 대법관 출신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비판이 뒤따랐지만 피고인으로서는 재판부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걸림돌은 특검이었다. 준법위 설립 이후 재판부는 준법위 활동을 평가할 평가위원 3명을 뽑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특검은 반발하며 서울고법에 재판장 기피를 신청했지만 4월 기각됐다. 이에 대한 상고심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약속하고 실천해도 ‘혐의’는 남아

재판이 멈춘 이후 이 부회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현장 점검과 임직원 독려를 이어갔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4세 승계 포기도 선언했다.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도 재차 확인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전국이 어려울 때는 삼성 연수원을 치료센터로 먼저 내놓았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수급이 어려울 때는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생산량 증대를 지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검찰은 숨 돌릴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수사 마지막 단계로 이 부회장 조사를 시작했다. 두 차례 소환된 그는 6월 구속 위기에 처했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치소를 다시 나왔다.

앞서 이 부회장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수사와 기소 중단을 권고했다. 이후 검찰은 두 달간 각계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기소를 준비해왔다.

이 부회장 재판은 이렇게 두 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절규에 가까운 입장을 낸 삼성 측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삼성 변호인단은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큰 어려움 속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흔들리지 않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이 대법원 판단 직후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 한 모습과 대조된다.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피고인 이재용’의 착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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