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혼맥

④ 21세기에도 이어지는 LG 장자 승계 전통

이범종 기자입력 2020-09-15 04:16:00
명확한 집안 서열로 ‘형제의 난’ 없이 승계 삼촌 구본준, 조카 부담 없애기 위해 미리 물러나 ‘장자 총수’ 원칙, 경영성과로 입증해야 완성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제공]

[사진=LG전자]

경영권 다툼 없기로 유명한 LG그룹의 비결은 장자 승계 전통이다. 대대로 이어진 유교적 가풍과 확실한 서열의식 등이 영향을 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승계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 때 세간의 관심은 동생 구본준 부회장에게 쏠렸다. 고 구자경 회장의 3남인 그는 형을 도와 LG디스플레이를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리고 신성장 사업도 총괄했다. 2017년 형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대신 참석하는 회의와 행사가 늘었다.

하지만 그룹 총수 자리는 구씨가 장자인 구광모 회장에게 넘어갔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눈 감기 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으로 입사해 33년 경력을 쌓았지만 조카의 부담을 없애고 회사 안팎의 억측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가족 내 질서와 예의가 엄격한 LG가 다운 행보였다. 그는 평소 직원들과 소탈하게 얘기하다가도 구본무 회장이 보이면 옷 매무새를 바로잡고 일어났다.

계열사 최고경영자 권한을 존중하는 책임경영 체제도 상무 직급이던 구광모 회장 승계를 뒷받침했다.

LG의 책임경영 체제는 2세 구자경 회장 때 구축됐다. 1989년 노조가 사장 대신 회장과 담판 짓기를 원했지만 구자경 회장은 끝까지 사장의 권한을 내세웠다. 이후 각사 연대파업이 있었지만 오히려 자율경영 체제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LG는 지금도 자료 시 구광모 회장을 '대표'로 표시한다. 구광모 회장이 대표를 강조한 배경에는 자율경영체제에 대한 존중이 깔려있다.

자율경영과 시대 변화를 보면 여성 경영인의 활약을 기대할 법 하지만 LG는 여전히 장자 승계 전통을 지킨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지만 장자 승계를 위해 2004년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했다.

◆직원에겐 다정하게, 아들에겐 혹독하게

LG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지만 철저한 경영수업을 실시하고 승계를 한다.

LG는 창업 초기부터 경영 이념으로 인화단결(人和團結)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씨 집안 가훈이기도 하다. 창업 동지 허씨 집안은 물론 여러 형제와의 조화로운 경영에 없어서는 안 될 원칙이었다.

인화 경영의 기본은 직원 존중이다. 창업자 구인회 회장은 운전기사를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존대했다. 직원은 하인이 아니라 인재였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창업시절부터 엄격한 자녀 교육으로 이어졌다. 자녀는 직원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총수 아버지 과제는 혹독했다. 인재와 어울리려면 경영자도 밑바닥 교육을 받아야 했다.

1950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한 2세 구자경 회장은 수년간 부산 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책임졌다. 1960년대 구인회 회장이 서울에서 근무할 때도 아들은 부산에서 여전히 ‘기름밥’을 먹었다. 기업을 경영하려면 생산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구인회 회장은 주변에서 아들을 고생시키는 이유에 대해 “대장간에서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 데도 무수한 담금질로 무쇠를 단련한다”며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 없는 칼이나 다를 게 없다”고 답했다.

아들이라고 편들지도 않았다. 1968년 중남미로 수출한 라디오 케이스가 망가졌을 때 락희화학 임원이던 구자경 회장은 포장을 맡은 금성사에 따졌다. 금성사 임원도 락희화학이 케이스를 잘못 만들었다며 맞섰다. 구인회 회장에게 불려가 혼난 쪽은 아들이었다. 인화로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구 회장은 장남에게 맞선 이 임원을 락희화학 부사장에, 아들은 금성사 부사장에 승진 발령했다. 상대를 이해하라는 취지다. 총수가 되기 전에는 상급자 말을 충실히 따르게 하는 교육은 대를 이었다.

구광모 회장은 2006년 9월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LG전자 HE사업본부와 HA사업본부 부장과 LG 시너지팀 부장을 거쳐 2015년 LG 시너지팀 상무로 승진했다. 책임급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까지 그룹의 중요부서를 거쳐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고용 안정과 직원 존중은 LG가 4대 경영 내내 지켜온 원칙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로 일부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이후 해고는 금기시됐다. 2008년 글로벌금융 위기 때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은 경기가 나쁠 때 사람을 내보내면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 인재를 얻지 못한다고 봤다. 인화의 일면이다.
 

[사진=LG그룹 제공]


◆장자 승계 원칙, 실적으로 증명해야

LG의 장자 승계는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해외에도 장자 승계 사례가 있고 특히 LG는 유교적 가풍과 위계질서가 맞물려 ‘형제의 난’을 막아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전통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높은 실적으로 세상을 설득해야 한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원칙으로 봐서는 장자 승계 보다는 능력 위주 승계가 바람직하다”면서도 “나름대로 그룹 전통을 고수한다는 측면에서는 인정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식을 이어가려면 총수가 높은 실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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