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감사만 한달째…KT 스마트폰 횡령 꼬리를 무는 의혹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9-23 19:14:49

3년간 빼돌렸는데 제보 전에 알 수 없었나

아직도 수사의뢰 못해…대규모 개입 있었나

반복된 사고…공기업 체질 남은 관리 태만?

KT 광화문. [사진=이범종 기자]

KT에서 수년간 벌어진 스마트폰 횡령을 두고 업계에서 경악과 함께 추측이 난무한다. 업계에선 “구조적으로 벌어지기 힘든 일”이라면서도 “과거 공기업 체질을 버리지 못하고 직원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KT는 송파지사 직원이 3년 간 휴대전화 4000여대를 빼돌린 사실을 지난 1일 제보로 알게돼 감사에 들어갔다. 해당 직원은 전산망에 대리점 주문량을 부풀려 입력하고 실제로는 일부만 납품한 뒤 나머지는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제품 주문은 대리점만 할 수 있어 대리점 ID를 몰래 썼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 없인 모르는 깜깜이 횡령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피해 규모가 60억원으로 추정되는데도 회사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제보가 없었다면 직원 비위가 지속됐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감사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렇게 감사 기간이 길어지는 점을 두고 일각에선 “밝혀진 가담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횡령이 잊을만 하면 반복된다는 점이다. KT는 과거 직원이 전산 조작으로 3년간 휴대폰 1000여대를 빼돌려 2016년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이 때도 횡령 기간은 3년이었다. 2012년 KT 직영점 점장은 전산 관리 시스템에서 단말기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일반 기기 변경’으로 변경하면 전산상 재고 수량이 줄어드는 점을 악용했다. 그는 전산에서만 허위로 기변한 스마트폰을 빼돌려 중고상에 헐값으로 팔아넘겼다.

그는 2015년 퇴사 이후에도 친분 있는 점포를 찾아가 몰래 전산망에 접속해 훔친 물건을 기변 처리했다. 재직과 퇴사 기간 그가 빼돌린 단말기는 1150대가 넘는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11억원에 달한다. 이 직원은 2016년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통업계에서는 KT에서 반복되는 스마트폰 횡령을 두고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직원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낸다.

이통사 스마트폰은 대리점이 필요 수량을 본사에 전산으로 직접 주문하는 식으로 유통된다. 수량도 마음대로 입력하지 못한다. 대리점이 본사에 예치금을 낸만큼 가져갈 수 있다. 예치금이 10만원이고 스마트폰이 1만원이면 10대만 신청할 수 있다.

인기 제품 출시로 수량이 더 필요한 경우 신용 담보와 기존 가입자 유지에 따른 신용도 등을 참고해 추가 물량을 요청한다. 전산상 오류나 횡령에 대비해 주기적인 전수조사도 한다.

그런데 이번 횡령은 지사 직원이 대리점 필요 수량을 마음대로 조작한 정황이 나타나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사 직원이 대리점 권한을 사용해 전산상 숫자를 건드리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KT 내부에 복잡한 뭔가가 있다는 것인데, 경찰 수사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 직원이 사장을 속여 저지르는 한두대 절도도 아니고 수년간 거액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을 빼돌렸음에도 회사가 몰랐다면 모니터링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사건은 처음 들어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KT "유통구조 말해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횡령이 가능했던 이유로 여러 가능성을 거론한다. 우선 한 달 가까운 감사 기간으로 볼 때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직원 직급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감사가 길어진 점을 볼 때 그 보다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횡령 규모를 볼 때 피해 대리점 규모가 한두 곳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마트폰 4000대 횡령은 대리점 한두 군데 주문량을 조작하는 정도로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평소 대규모로 주문하는 대리점들의 주문 수량을 소규모로 부풀려 남는 제품을 가로채는 식이라면 가능했을 수도 있다”며 “처음엔 착오인 줄 알았던 대리점 측이 반복되는 수량 불일치를 미심쩍게 여기고 문제 제기를 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개인이 모종의 경로로 입수한 대리점 정보를 이용해 ‘바늘’만 훔쳤다가 ‘소 도둑’이 됐다면 이 역시 문제다. 그만큼 회사 측 관리가 허술한 점을 악용해 직원이 점차 대담하게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단 몇 대에 손을 댔다가 들키지 않으니 ‘어, 모르네’ 하고 마음 놓고 일을 키웠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무성한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원인은 하나로 요약된다. 과거 공기업 시절의 체질이 남은 KT가 직원 관리 업무에 태만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T 측은 자사 스마트폰 유통 구조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KT는 “직원 감사를 통해 피해 규모와 공범 여부 등을 파악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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